"마약성분 모발 검출만으론 유죄 인정안돼"

국립과학수사연구소(국과수)의 1차 모발검사 결과 모발에서 마약성분이 나왔다는 이유만으로 유죄를 인정할 수는 없다는 항소심 판결이 나왔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항소9부(강형주 부장판사)는 3일 MDMA(메틸렌 디옥시 메탐페타민.일명 엑스터시)를 복용한 혐의(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로 1심에서 벌금400만원이 선고된 박모(48.주점운영)씨에 대해 "국과수의 1차 모발감정 결과를 유죄증거로 인정할 수 없다"며 원심을 깨고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모발에서 MDMA나 MDMA의 체내 대사체인 MDA가 검출됐다는것은 투약사실에 대한 직접증거가 아닌 간접증거에 불과하다"며 "모발감정은 시행역사가 길지 않고 약물이 모발에 침입하는 정확한 메커니즘과 복용시기 추정 가능성에 대한 의문이 완전히 해소되지 않아 유죄 인정에 신중을 기해야 한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1차 감정 때 MDMA 성분이 나왔지만 2개월 간격으로 실시한 2,3,4차감정에서는 MDMA 성분이 검출되지 않았다"며 "모발에 있는 MDMA 성분이 드라이, 염색 등에 의해 감소될 수 있다는 국과수 담당자 증언만으로 피고인이 엑스터시를 투약했다고 인정하기에는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1차 감정결과를 증거로 인정하더라도 국과수가 모발을 성장기간별로 구분하는 '분획별 감정'을 하지 않고 '모발에서 MDMA 및 MDA 성분이 검출됐다'고만밝혀 피고인의 정확한 투약시점을 알 수 없으므로 공소사실 일자에 엑스터시를 복용했다고 단정할 수 없다"고 밝혔다.

박씨는 지난해 1월 1일 오전 3시께 미국 뉴욕 미국인의 집에서 엑스터시 1알을 복용한 혐의로 기소됐지만 범행을 부인했으며 1심 재판부는 피고인의 법정진술 일부와 검찰 피의자 신문조서, 국과수의 모발감정결과 등을 증거로 유죄를 인정했다.

(서울=연합뉴스) 김상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