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규제 완화와 기준금리 인하의 영향으로 가계 빚 증가세가 가팔라지고 있다. 소득이 늘어나는 속도보다 부채가 늘어나는 속도가 빨라 앞으로 우리 경제의 뇌관으로 작용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한국은행이 25일 발표한 '2014년 3·4분기 가계신용(잠정)' 통계에 따르면 지난 9월 말 현재 가계신용 잔액은 전 분기보다 22조원(2.1%) 증가한 1,060조3,000억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전년 동기(993.6조 원) 대비로는 66.7조원(6.7%) 폭증한 것이다.
가계 신용은 지난해 4·4분기 처음으로 1,000조원을 넘어선 후 매 분기 가계부채가 빠른 속도로 늘어나고 있다. 올해 1·4분기 3조5,000억원에 그쳤던 가계신용 증가액은 △2·4분기 13조4,000억원 △3·4분기 22조원으로 두 배 가까이 급등했다. 3·4분기 기준으로 가계부채 증가 폭이 20조원을 넘어선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가계신용이 주로 4·4분기 중 크게 늘어나는 현상을 감안하면 올 한 해 증가분은 60조원을 돌파할 것으로 보인다.
가계 빚이 늘어나는 속도가 빨라진 것은 기준금리 인하와 주택담보대출 규제가 완화된 때문이다. 실제로 8월 주택담보대출비율(LTV)과 총부채상환비율(DTI)이 완화된 후 주택담보대출액은 3·4분기에만 13조2,000억원이 증가했다. 전체 가계신용 증가분의 60%에 해당된다.
가계 신용 증가는 예금 은행이 주도하고 있다. 예금은행의 가계대출은 501조9,228억원으로 12조원 증가했다. 신용협동조합과 상호저축은행·새마을금고 등 비은행 예금취급기관의 가계대출은 같은 기간 5조3,000억원 늘었다.
이밖에 보험사의 대출 증가폭이 2·4분기 9,000억원에서 3·4분기 1조2,000억원으로 커졌고 증권사와 대부업체 등 기타금융중개회사의 대출액도 2·4분기 3조9,000억원 감소에서 3·4분기 5,000억원 증가로 돌아섰다.
신용카드를 비롯한 신용판매를 제외한 금융권 가계대출 잔액은 9월 말 현재 1,002조9,000억원으로 3개월 전보다 22조1,000억원 늘면서 처음으로 1,000조원대를 넘어섰다.
반면 할부금융회사의 대출과 자동차회사 등 판매회사의 신용이 줄어들면서 판매신용잔액은 3개월 전보다 1,000억원이 줄어 57조4,000억원으로 집계됐다.
올해 들어 3·4분기까지 가계신용의 누적 증가액은 39조원. 통상 4·4분기 증가 폭이 큰 것을 고려하면 올해 연간 가계신용 증가액은 지난해 연간 증가액 57조6,000억원을 웃돌 것으로 전망된다.
문제는 가계 빚이 늘어나는 속도 빨라지면서 가계 소득의 증가세를 크게 앞서고 있다는 점이다.
통계청에 따르면 3·4분기 기준 월평균 가계소득은 439만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3.0% 늘어나는 데 그쳤다. 반면 가계신용규모는 같은 기간 6.7% 증가했다. 벌어들이는 소득보다 늘어나는 빚이 더 크다는 얘기다.
김지섭 KDI 연구위원은 "8월 LTV와 DTI 완화와 금리 인하의 여파로 가계부채의 증가세가 빨라지고 있다"면서 "특히 주요 선진국과 비교할 때 우리나라의 경우 고령층의 부채 비중이 높아 은퇴연령이 가까워지는 세대를 중심으로 큰 충격이 우려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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