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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엔론그룹 파산위기 '벼랑'
입력2001-11-29 00:00:00
수정
2001.11.29 00:00:00
경쟁社 다이너지 "약속 어겼다" 인수 포기>>관련기사 에너지그룹서 인터넷 진출 한때 각광
선진적인 경영기법과 이노베이션으로 고속성장을 구가해온 미국 에너지그룹인 엔론이 파산 위기에 몰렸다. 엔론이 파산하면, 미국 역사상 최대의 파산을 기록하게 된다.
텍사스주 휴스턴에 본사를 두고 있는 엔론의 경영위기는 ▲ 무분별한 사업확장 ▲ 경영권 분쟁 ▲ 분식 회계등의 결과이며, 한국의 대우그룹 위기와 흡사하다.
애널리스트의 긍정적 평가를 믿고 '묻지마 투자' 식으로 엔론 주식을 샀던 투자자들은 혹독한 대가를 치르고 있으며, 회계감사기관인 아서앤더슨도 엔론의 분식회계를 묵인해줬다는 의혹으로 투자자들의 원망을 사고 있다.
엔론을 인수하기 위해 협상을 벌이던 경쟁회사 다이너지는 28일 엔론이 약속을 위배했으며, 자신의 주주를 보호하기 위해 인수를 포기한다고 밝혔다.
이에 스탠더드 앤드 푸어스(S&P), 무디스등 신용평가회사들이 엔론의 신용등급을 정크(투자부적격등급) 수준으로 깎아내리면서 이날 엔론의 주가는 85% 하락, 1달러 미만인 61센트대까지 떨어졌다. 지난해말 85달러였던 주가는 100분의1 이하로 떨어져 휴지조각이 됐다.
엔론은 당장에 갚아야 할 39억 달러의 자금을 마련할 길이 없기 때문에 파산 보호신청이 불가피해졌다.
엔론의 경영위기로 이날 다우존스 지수는 160 포인트(1.6%), 나스닥 주시 48 포인트(2.6%) 급락했다. 엔론에 많은 돈이 물려있는 시티은행과 JP모건- 체이스등 금융주가 일제히 하락했기 때문이다.
엔론은 온라인을 통한 에너지 중개시장을 개척, 지난 10여년동안 연간 매출이 50억 달러에서 2,000억 달러로 급증하는 초고속 성장을 기록했다.
오랫동안 엔론을 경영해온 케네스 레이 회장은 최첨단 금융기법과 비상한 사업 아이디어로 미국 에너지 공급의 30%를 장악했다.
엔론은 에너지 사업에서 번 돈으로 수자원ㆍ기후 선물시장등 비에너지분야로 사업을 다각화, 30여개의 계열사를 거느리고 있으며, 최근에는 미국 전역에 광통신망을 구축하는데 수억 달러를 투자했다.
엔론은 사업 확장을 위해 소요자금을 채권시장에서 주로 조달했으며, 부채 급증에 따른 신용등급 하락을 피하기 위해 금융계열사를 통해 자금을 조달하는 편법을 사용했다.
엔론은 주식 발행을 통해 계열사에 출자하고, 계열사가 엔론의 지급보증으로 채권을 발행, 엔론에 되빌려주는 방식을 사용하는 과정에서 미국의 일반회계준칙을 위반하며 장부외거래가 동원됐다.
엔론은 내부 경영갈등을 겪은후 지난 10월 16일 회계분식 과정에서 큰 손실이 발생했다고 발표했다.
그 직후 주가가 폭락세로 돌변, 은행들이 이탈했으며, 사우디의 왈리드 왕자에까지 손을 내밀었으나, 돈 마련에 실패했다.
경쟁사인 다이너지가 인수를 선언, 협상에 들어갔으나, 엔론의 자금 사정을 메워줄 은행이 나타나지 않자 손을 떼고 말았다.
레이 회장은 조지 W. 부시 대통령, 딕 체니 부통령과 절친한 사이이며, 연초에 입각이 거론되기도 했다. 워싱턴 관측통들에 따르면 엔론은 지난해 선거에서 24억 달러의 정치자금을 뿌렸고, 그중 72%가 공화당에 넘어간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 최근 파산을 막기 위해 강력한 로비스트를 동원했으나, 불행을 피하지 못했다.
뉴욕=김인영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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