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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차그룹 "고로제철소 건설"
입력2004-10-21 17:00:13
수정
2004.10.21 17:00:13
철강 양강구도 급속재편<br>연 2,000만톤 조강능력 포스코독점 제동…자금조달·과잉공급 부담등 선결 과제 산적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의 ‘고로사업 진출’ 선언은 놀라운 것이지만 이미 오래전부터 예견됐던 일이다.
철의 원료인 철광석을 녹여 핫코일(열연강판)을 만드는 고로사업은 자동차 등 중후장대산업을 주력으로 하는 현대의 오랜 숙원사업이었기 때문이다. 현대는 정주영 선대 회장 때부터 고로사업의 포스코 독점체제를 깨기 위해 신규 진출을 두 차례나 시도했으나 번번히 고배를 들었다.
옛 현대그룹에서 분리된 현대차의 고로사업 진출로 국내 철강업체는 포스코의 독점체제가 무너지고 포스코-현대차의 양대 강자가 팽팽하게 맞서는 경쟁체제로 급속히 바뀔 전망이다. 또 고로사업은 1기에 2조~3조원의 투자가 소요돼 국내 투자활성화와 고용창출에 적지않은 기여를 할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자금조달 문제, 과잉공급 문제 등 고로 진출에 앞서 현대차가 풀어야 할 과제도 만만치 않다.
◇철강산업 ‘양강구도’ 가속화=정 회장은 이날 고로사업 진출과 아울러 당진공장 설비의 조기 정상화를 통해 세계 8위의 철강그룹으로 도약하겠다는 의지를 천명했다.
당진공장이 정상 가동되면 현대차그룹은 철강 관련 계열사의 제품생산량이 INI스틸 1,270만톤, 현대하이스코 500만톤, BNG스틸 30만톤 등 총 1,800만톤으로 늘어나게 되며 여기에다 고로 진출로 연간 2,000만톤 이상의 조강능력을 갖추게 된다.
이는 연산 3,000만톤 규모의 포스코에 필적하는 규모다. 당진공장이 정상 가동되면 INI스틸은 연간 2조7,000억원 이상, 현대하이스코는 1조5,000억원 이상의 매출액을 달성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고로 진출 및 당진공장 정상화는 투자활성화와 고용창출 측면에서 적지않은 효과가 기대된다. 우선 INI스틸과 현대하이스코는 당진공장 정상화를 위해 향후 약 2조원을 신규 투자하고 3,000명의 직원을 채용할 예정이며 신규 고로사업을 통해서도 2조~4조원의 투자효과와 수천명의 일자리 창출효과가 기대된다.
정 회장은 “당진공장을 최단시일 내에 정상 가동시킴으로써 자동차용 강판과 협력업체용 소재의 안정적이고 원활한 공급을 통한 자동차산업의 경쟁력 강화는 물론 국가경제 발전에도 기여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숙원’ 풀기 위해 넘어야 할 산 아직 많아=정 회장의 고로사업 진출 선언으로 현대차그룹은 숙원사업을 풀게 됐다. 정 회장은 현대그룹 회장 시절인 지난 97년 10월 경남 하동에 일관제철소를 착공, 2005년에 고로제철소를 완공하겠다고 공식 발표한 적이 있다.
현대는 당시 현대제철소 건설을 가로막는 정부의 뒤에는 포철의 공작이 있다고 주장하며 건설을 강행하겠다고 밝혔으나 끝내 사업권은 따내지 못했다. 이에 앞서 옛 현대그룹은 70년대 말 광양제철소 설립 때도 고로사업권을 거의 손에 쥐었다가 놓친 바 있다. 정주영 선대 회장은 누차 “고로사업이 (포스코의) 독점체제로 운영되고 있어 횡포가 지나치다”는 불만을 자주 피력한 바 있다.
그러나 고로사업 진출이라는 오랜 꿈을 실현하는 길은 아직도 험하기만 하다. 우선 수조원에 달하는 자금조달 문제이다. 자동차 등 이익을 많이 내는 계열사들이 모은다고 해도 적지않은 돈이다. 특히 시장에서 고로사업 진출에 대해 어떻게 반응할지도 변수가 된다. 또 철강경기가 갑자기 꺼질 경우 필시 제기될 ‘공급과잉’도 부담이다. 정 회장은 이 같은 문제들을 의식, “고로사업은 자동차 관련 분야에 집중할 것”이라며 신중한 진출을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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