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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주영씨 타계] 안팎의 평가
입력2001-03-22 00:00:00
수정
2001.03.22 00:00:00
"카우보이형 기업인""독불장군"국내외에서 정주영 회장과 관련된 책을 낸 사람들의 평가는 다양하다. 상반된 측면도 많다. 엄청난 추진력과 불굴의 의지가 현대라는 거함을 세우는데 성공했지만 다른 한편에서는 현대호의 쇠태를 가져온 요인이라는 지적도 같은 맥락이다.
◇'메이드 인 코리아'(리처드 스티어즈 미 오리건대 교수)
스티어즈 교수는 87년에 회원 1만명의 미국경영학회 회장을 맡을 정도로 명망이 높은 사람. 그는 미국 경제학장들의 입장에서 정 회장의 사업 방식을 분석해보면 서부시대의 총잡이의 캐릭터가 연상된다고 밝혔다.
일단 사업에 뛰어들면 다른 어떤 순위보다 먼저 장비와 공장에 엄청나게 투자하는 방식은 서구 경영자들이 결코 흉내낼 수 없으며 이해하기도 어렵다는 것. 스티어즈 교수는 특히 정경유착에 대한 부문에 많은 관심을 가졌다.
박정희 전 대통령이 기꺼이 모험을 하려는 기업인 정주영을 보호했다면 노태우, 김영삼 전 대통령들과는 적개심에 불타 정면대결도 불사했다는 것.
그는 정 회장의 공과를 평가하기에 앞서 한국을 세계경제의 주요 거점으로 발전하게한 공로를 인정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이명박 전 현대건설 회장
"경력이나 나이를 뛰어 넘어 능력을 보고 자리를 마련해 주는 진취적인 생각은 기업인 정주영의 가장 큰 장점 가운데 하나였다."
이명박 전 현대건설 회장은 저서 '신화는 없다'에서 평한 정회장을 용병술의 달인으로 평가했다. 예리한 관찰과 믿음에 기초한 정회장 특유의 파격적인 인사는 사적인 감정이나 지연ㆍ학연등 연고를 배격하고, 능력 위주였다는 것.
하지만 정 회장의 맹목적인 사업 방식에는 불만이 적지 않았음을 토로했다. 이 회장은 정회장과 함께 일한 27년 내내 이 문제로 고민했다.
특히 92년 1월 현대와 결별할 때도 한번 의리관계가 맺어지면 어떤 일이든 맹목적으로 기업주를 따른 것이 옳다는 정회장의 주장에 동의할 수 없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정세영 전 현대자동차 회장('미래는 만드는 것이다')
"형제들은 큰 형님의 의사에 반한다는 것은 상상할 수도 없었고, 말 한마디는 곧 법이었다."
정세영 회장은 "형제들에게 큰 형님은 부모 이상의 절대적인 존재였다. 든든한 버팀목이기도 했지만 때로는 한없는 폭군이었다"고 말했다.
정세영 명예회장이 지난 60년 간경변증으로 의사로부터 사형선고를 받았을 때 새벽녘 불쑥 병실에 나타난 정 회장을 회고한 대목. "잔뿌리가 더 효험이 있다니까 다 먹어."졌다.
하지만 비정한 면도 있다. 정세영 명예회장은 "장자인 몽구에게 자동차 회사를 넘겨주는 게 뭐 잘못됐어. 그렇게 해!"라는 한마디에 현대차와 30년 넘는 인연을 끓을 수 밖에 없었다고 회고했다.
◇도널드 커크('현대&정주영')
"정주영씨와는 그 누구도 싸워서 이길 수가 없다."
오랫동안 한국특파원으로 활동해온 도널드 커크는 '현대&정주영'이라는 책에서 정주영 전명예회장의 보스 기질을 이렇게 소개했다.
모든 사업에서 그가 내린 결정에 아무도 그의 고집을 꺾을 수가 없었다. 단지 '너는 이 회사의 사장이 되라'또는 '너는 저 회사의 회장이 되라'는 식이었다. 현대가 '불가능은 없다'는 신화를 창조해낸 힘이 되기도 했다는 것.
그러나 자신의 스타일대로 밀고나가는 독불장군 경영이 많은 오류를 범했다고 지적했다.
현대자동차와 현대전자가 미국에 진출하면서 현지 직원을 무작정 해고하는 거만함을 보였다고. 그는 이 책에서 노조와의 갈등을 전근대적인 기업 운영방식에 따른 것으로 규정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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