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메뉴

검색
팝업창 닫기
이메일보내기

기술을 살려야 미래가 있다

`기술`이란 단어를 국어사전에서 찾아보면 몇 가지 의미가 있다. `공예의 재주`, `말이나 일을 솜씨 있게 하는 재간`, 그리고 `과학을 실지로 적용하여 자연의 사물을 인간생활에 유용하도록 고쳐 가공하는 수법`등이 그 것이다. 우리가 흔히 말하는 `기술`이 주로 생산기술의 뜻으로 사용되는 것을 고려하면 마지막 의미가 가장 잘 표현한다고 볼 수 있다. `기술`은 우리들의 생활을 보다 편리하고 행복하게 만들어주는 없어서는 안될 중요한 분야이며 범위 또한 매우 넓다. 부존자원의 혜택을 받지 못한 우리나라가 경제성장을 달성할 수 있었던 것은 높은 수준의 과학 기술력과 질 높은 인적자원이 뒷받침되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얼마 전부터 우리나라 기술수준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양질의 기술 인력이 부족하고, 주력품목 기술경쟁력이 몇 년 내에 중국과 비슷해질 것이라고 한다. 또 세계 수준의 99개 핵심기술 중에서 한국이 90% 이상의 수준에 도달한 기술은 하나도 없다고 한다. 이런 현상이 나타나게 된 중요한 이유 중 하나가 바로 이공계 기피 현상이다. 불과 10년 전 만하더라도 어린이들에게 장래 희망을 물어보면 1위가 `과학자`였지만, 요즘은 1위가 연예인이고, 과학자는 순위 내에 들기도 어렵다고 한다. 이공계 출신이 회사 내 일반 관리직을 지원하는가 하면, 의학전문대학원에 진학하거나 의과대로 편입하는 현상도 점점 많아지고 있다. 일부에서는 이공계 기피현상이 선진국에서 주기적으로 나타나는 일반적인 현상이라고도 한다. 그러나 선진국은 1인당 국민소득 2만∼3만 달러 수준에서 이공계 기피현상을 겪은 반면, 우리나라는 1만 달러를 갓 넘은 상황에서 나타나고 있어 선진국으로 가는 길목에서 발목이 잡힌 것이 아닌가 심히 우려된다. 특히 2006년 이후에는 우수인력의 수급문제가 심화돼 첨단기술분야는 필요인력의 절반 정도가 공백상태로 남게 될 가능성이 높다. 왜 이런 현상이 나타나게 되었을까? 또 해결방안은 없는 것일까? 이공계 기피현상이 나타나게 된 근본적인 배경에는 이공계 출신이 느끼는 차별과 부적절한 사회적 대우를 꼽을 수 있다. 이공계를 기피하는 이유가 선진국의 경우 주로 `공부가 너무 어렵다`인 반면, 우리나라는 `보수가 낮다`, `사회적 위상이 높지 못하다`등이다. 이를 반영하듯 한국상장사협의회 조사 결과, 2002년 국내 상장사 CEO 가운데 이공계 출신은 25.1%로, 40%를 넘는 미국, 유럽에 비해 열세인 것으로 파악됐다. 또한 국가 주요 정책의 결정권자들 중에도 이공계 출신이 많지 않다. 그러나 경기가 나빠지면 R&D 투자부터 줄이고 연구원들을 구조조정 대상으로 내몰고 있는 우리의 기업환경에서 능력 있는 이공계 출신의 CEO를 기대하는 것은 무리일 듯 싶다. 기업들은 장기적인 관점에서 연구개발(R&D) 계획을 추진하고, 이에 대한 연구인력을 지속적으로 확보함으로써 우수한 인재를 양성할 수 있다. 덧붙여 이공계 학생들도 경제학ㆍ경영학ㆍ리더십 등을 배울 수 있는 체계적인 학과과정이 갖춰져야 할 것이다. 다행히 정부와 일부 이공계 대학들에서 이러한 움직임이 논의되고 있으니 앞으로 기술과 경영능력을 겸비한 훌륭한 이공계 출신의 리더가 많이 배출되길 기대해본다. 기술교육의 체계성도 부족하다. 기술을 확보하려면 근본적으로 교육의 질이 높아야 한다. 7, 80년대와 달리 경제적으로 안정되고 편한 삶을 살아온 현재의 청소년들은 수학이나 과학 분야와 같은 어려운 학문을 기피하고 있다. 대학 교육은 기업이 요구하는 수준을 따라가지 못해 졸업생은 많은데 쓸만한 인력은 없다는 말이 심심찮게 나오고 있다. 그저 그런 이공계 인력이 아닌, 기업에서 필요로 하는 기술을 파악하고, 해당기술을 확보한 전문인력을 육성해야 한다. 더불어 어린이와 청소년이 과학에 흥미를 가질 수 있도록 유도하는 교육프로그램을 개발해야 한다. 지난 86년, 미국에서는 78년 당시 9.5%였던 과학기술 관련 직업 희망자가 7%로 하락한 적이 있었다. 그러자 미국 정부는 과학문맹 퇴치운동을 거국적으로 벌이기 시작했다. 그 결과 97년부터 이공계 지원자가 증가세로 반전됐다. 미국의 사례는 우리에게 시사하는 점이 많다. 단기적인 이공계 대학 육성에만 급급할 것이 아니라, 장기적인 관점에서 어린이들이 과학을 즐길 수 있는 교육프로그램을 개발해야 이공계 기피현상을 막을 수 있다. 아무리 투자가 늘고 경제가 살아난다고 해도 기술의 뒷받침 없이는 허상이나 다름없다. 정부는 구체적인 실행안을 바탕으로 장기적인 정책을 집행해야 할 것이며, 학교는 환경 변화에 능동적으로 대응해 신세대들의 과학에 대한 욕구를 자극할 수 있는 교육프로그램 개발에 힘을 쏟아야 한다. 특히 기업들은 자신의 전문 분야에 대한 기술의 개발과 육성을 지속해야겠다. 경기가 어렵고 매출이 떨어졌다고 R&D투자를 줄이거나, 기업철학과 맞지 않는 새로운 분야로의 확장은 단기간에 도움이 될지 모르나 장기적으로는 기업경쟁력을 약화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다. 기술력에도 선택과 집중이 필요하다. 무엇보다도 과학 기술력은 하루 아침에 확보될 수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단절 없는 연구가 가장 중요하다. <황종대 청호나이스 대표 >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주소 : 서울특별시 종로구 율곡로 6 트윈트리타워 B동 14~16층 대표전화 : 02) 724-8600
상호 : 서울경제신문사업자번호 : 208-81-10310대표자 : 손동영등록번호 : 서울 가 00224등록일자 : 1988.05.13
인터넷신문 등록번호 : 서울 아04065 등록일자 : 2016.04.26발행일자 : 2016.04.01발행 ·편집인 : 손동영청소년보호책임자 : 신한수
서울경제의 모든 콘텐트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 전재·복사·배포 등은 법적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Copyright ⓒ Sedaily, All right reserved

서울경제를 팔로우하세요!

서울경제신문

텔레그램 뉴스채널

서경 마켓시그널

헬로홈즈

미미상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