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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저와 한국의 선택/박진근 연세대 교수(송현칼럼)

일본 엔화의 미국 달러화에 대한 약세현상은 과연 얼마나 더 지속될 것인가.미국 및 일본과의 각종 경제교류가 많고 일본과의 경쟁관계가 더욱 밀접해져가고 있는 우리로서는 세계 어느 국가보다도 엔·달러 환율추이에 깊은 관심을 갖지 않을 수 없다. 더구나 현재 우리가 직면한 경제적 어려움의 큰 원인을 엔저현상에서 찾을 수 있다는 점에서 엔·달러환율의 향방이야말로 우리 경제흐름의 그것과 직결된 것으로 볼 수 있다. 지난 80년 달러당 1백40엔대에서 출발한 엔고행진은 95년 4월의 달러당 80엔대로 이어져 엔화를 40% 이상 절상시킨 바 있다. 이러한 엔고현상이 그후 엔저현상으로 급반전되어 오늘에 이르기까지 2년간 엔화는 달러화에 대하여 50%나 절하되었다. 결국 89년 이래 7년간에 걸쳐 엔화의 가치는 하나의 커다란 원을 그리며 움직인 것이다. 이와같은 엔화의 「빅 스윙」은 주요국들이 자유변동환율제도로 이행한 지난 73년 이래 다섯번째이며 그때마다 세계경제는 무역분쟁과 통화가치 불안 등의 형태로 엄청난 충격을 받아왔던 것이다. 그렇다면 이와같은 엔화의 빅 스윙을 초래하는 주요 요인은 무엇이며, 따라서 그러한 환율의 변동은 과연 예측 가능한 것인가. 자유변동환율제도하에서 주요 환율들이 보여주고 있는 「변덕성」 때문에 환율의 단기적 예측은 어렵지만 중·장기예측은 매우 유의적인 수준까지 가능한 것으로 입증되고 있다. 이는 중·장기적으로 환율은 국제간 금리차이, 통화량의 차이, 경제성장률의 차이, 물가상승률의 차이 및 경상수지 추이 등 소위 기초경제변수들에 의해 결정되는 경향이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현실적으로는 이에 더하여 관련국 정책당국의 정책적 의지나 성향 또한 어느 경제변수 못지않게 중요한 영향력을 발휘하는 것으로 보아야 옳다. 사실상 현재의 엔저현상에는 미국과 일본의 금리 차이, 성장률 차이 및 일본의 경상수지 추이 등 경제변수 못지않게 미국과 일본 정책당국의 정책적 의지와 성향이 크게 작용하고 있는 것으로 볼 수 있다. 미국행정부는 강력한 달러에 입각한 미국경제의 안정적 성장을 추구하고 있고 일본정부는 불황탈출을 위해 금융개혁과 구조조정보다는 엔화 절하라는 손쉬운 수단에 의존하려 한다. 그러나 양국의 민간부문이 현재의 환율추이를 크게 환영하고 있는 것만은 아니다. 미국의 무역수지는 사상최대인 약 2천억달러로 예측된 바 있어 해당 피해산업부문의 불만은 매우 크다. 일본 내에서도 지난해 후반기부터 엔저현상에 대한 불만이 나타나기 시작하였다. 특히 일본의 제조업자들은 과거 엔고하에서 동남아지역 등으로 많은 생산시설을 이전시킨 바 있다. 이러한 과정에서 엔화가치의 하락은 해외생산과 판매에서 확보한 달러화 자금을 본국으로 송환할 때 달러화 가치하락이 초래한 환위험을 제거시켜주었다. 그러나 엔화가치의 지속적 하락은 해외생산품의 국내 반입시 (엔화표시) 수입비용을 크게 증대시킴으로써 일부 제조업자들은 폐쇄시켰던 국내 생산시설을 재가동하기에 이르렀다. 한편 미국의 경제상황이 추가적인 금리인상 우려를 낳고 있기는 하나 과거 어느때보다도 안정적 성장을 유지해나가고 있다. 일본경제는 불황의 늪에서 본격적인 탈출을 시도하고 있으나 금리의 추가인하 여지는 거의 없다. 이렇게 볼 때 향후 엔·달러 환율의 추이를 결정하는 핵심요인은 일본의 경상수지의 추이일 것이다. 엔화가치의 1% 절하는 약 30억달러의 경상수지 흑자증대를 초래하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따라서 일본의 경상수지는 98년중 사상 최대치를 기록할 가능성이 크며 이를 계기로 엔화는 강세로 반전된 후 99년 후반에 절정에 이를 수 있다. 따라서 일본 엔화가치의 변동에 민감할 수밖에 없는 우리로서는 엔화 약세가 지속될 향후 2년간을 내부조정과 경쟁력 증대를 위한 귀중한 기회로 활용하지 않으면 안될 것이다. 고통스러울 향후 2년을 어떻게 활용할 것인가가 21세기 한국경제의 향방을 결정하는 핵심요인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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