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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권 손해배상 소송의 파장

금융권이 부실책임과 관련한 손해배상 소송으로 소용돌이 치고 있다. 예금보험공사(예보)가 공적자금 투입을 초래케 한 책임을 물어 6개 은행의 전행장 등 전직 임직원 100명을 대상으로 소송을 제기키로 한 때문이다. 소송가액만도 자그마치 9,800억원대로 대상자 가운데는 전직 행장이 10명이나 포함돼 있다. 이로써 공적자금이 투입된 14개 금융기관 중 부실책임을 둘러싸고 법의 재단을 받게 되는 금융기관은 현재 소송이 진행중인 4곳을 포함, 모두 10곳으로 늘어나게 됐다. 예보는 나머지 4곳에 대해서도 부실책임 대상자와 소송금액을 확정, 조만간 소송을 제기한다는 방침이다. 이와 관련, 지금 금융권에서는 '경영상의 판단'에 대한 논란이 증폭되고 있다. 예보에 따르면 이들 은행의 임직원은 신용평가기관의 평가 결과 위험성이 높다는 판정에도 불구, 기업에 거액을 빌려주거나 한도를 초과해 대출해 준 것으로 드러났다. 또 이사회 등 정식 의결기구도 거치지 않고 대출해 준 경우도 적지 않았다. 개인별 소송액은 밝혀지지 않았지만 제일은행이 2,600억원으로 가장 많고 다음이 우리 2,500억원, 조흥ㆍ서울 각 2,200억원, 경남ㆍ평화 각 100억원 순으로 나타났다. 예보가 나머지 금융기관 4곳에 대한 검사를 마무리 지을 경우 금융기관에 대한 소송액은 거의 2조원을 넘어설 것으로 추정된다. 금융권이 요동을 치게도 됐다. 공적자금은 우리나라가 외환위기를 겪으면서 금융시스템의 붕괴를 막기위해 모두 156조3,000억원이 조성됐다. 이 가운데 60조원이 금융기관에 출자됐고 예대지급과 출연에 42조원, 자신매입 15조원, 부실채권 매입에 39조원이 각각 사용됐다. 회수된 금액은 지난 5월말 현재 30.3%인 46조9,000억원에 불과하며 69조원은 회수가 불가능한 상태다. 국민의 혈세가 흔적도 없이 사라진 것이다. 따라서 예보가 금융기관 부실에 책임 있는 임직원들을 가려내 돈을 받아내는 것은 '책임 경영'과 '도덕적 해이'를 경고하는 의미에서라도 당연한 일이다. 그러나 예보가 소송에 임하는 자세를 보면 어느면에선 '책임 벗어나기'라는 인상을 씻을 수가 없다. 사실 외환위기 전만하더라도 부실기업에 대한 여신은 거의 정치논리에 의해 좌우됐었다. 전직 은행장들 사이에서 "대출을 통한 개인적 이득을 취한 것도 아닌데 은행장에게만 책임을 묻는 것은 너무한 조치"라는 반발도 나오고 있다. 또 한국적인 대출관행을 고려하지 않는 것도 문제라는 불만도 있다. 경영상의 판단이 제대로 이루어졌는가 하는 반문이다. 자칫 예보의 무더기 소(訴)가 금융기관의 기업에 대한 대출 기피로 이어져 자금흐름이 경색될까 우려된다. 소송대상자에 대한 가액도 일률적으로 액수를 나눠 산정하기 보다는 당사자의 재산상태를 고려해야 한다. 미리 재산을 빼돌렸거나 은닉한 사람들에 대한 철저한 조사가 필요한 것도 이 때문이다. 그것이 국민의 혈세를 헛되게 하지 않는 길이며 공적자금을 제대로 회수하는 길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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