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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의 지구촌, 두개의 세계

지난 20세기 인류가 이루어냈던 과학기술-통신, 컴퓨터 등 이전에 상상조차 하기 힘들었던 문명의 발달은 `지구촌`이라는 용어를 만들어냈다. 거기에는 각기 다른 민족과 국가가 지난 수천년의 고립과 전쟁 시대를 끝내고 서로를 이해하고 상호 보완해주면서 한 이웃이 돼 가야 한다는 정감어린 뜻도 담겨있다. 그러나 최근 유엔개발계획(UNDP)이 발표한 인간개발보고서(Human Dvelopment Report)를 보면 세계는 점점 더 두개의 세계로 확연히 갈리고 있음이 분명하다. 인간 유전자 지도가 밝혀지고 올해 말 달나라 상업 여행이 시작되는 이 지구촌 시대에 반대켠에서는 절대 기아, 에이즈 등으로 시시각각 죽음으로 내몰리는 세계가 있다. 보고서에 따르면 지구촌을 100명의 작은 마을로 가정할 경우, 26명이 기근과 전염성 질병, 내전 등으로 매일 생사를 넘나들고 있다. 특히 무관심과 고통의 대륙인 사하라 사막 이남 15개 국가는 지난 1990년대 1인당 실질 소득이 연평균 0.4%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이같이 경제 상황이 퇴보하면서 절대 기아 인구는 같은 기간 47%에서 49%로 되레 늘어났다. 이 세계의 5세 이하 사망률은 동기간 선진국의 20배에서 25배로 늘어났다. 잠비아의 평균 수명은 32.4세로 일본(81.6세)의 3분의 1을 조금 웃도는 수준이다. 미국이 지난 상반기 아프리카 에이즈 퇴치를 위해 150억달러를 내놓기로 하는 등 선진국들이 이 저주받은 세계를 구원하기 위해 뛰어들고 있다. 그러나 제약 등 다국적기업의 이해 관계, 선진국간 경제 이기주의로 인해 원조 프로그램은 퇴색되고 왜곡되고 있다. 미국은 자국 제약기업의 특허 신약 로열티를 확보하기 위해 유럽이 추진하는 빈곤국에 대한 의약품 저가 공급을 필사적으로 저지하고 있다. 반면 유럽은 자국 농업 보호를 위해 엄청난 보조금을 쏟아부으면서 빈곤국의 유일한 경제 돌파구인 농업 시장을 고사시키고 있다. 유럽연합(EU)의 낙농업 지원 정책으로 소 한마리가 받는 지원금은 연간 913달에 달하는 반면 사하라 이남의 연간 개인 소득은 절반 정도인 490달러에 그치고 있다. EU의 소 지원금은 사하라 이남 세계의 개인당 연간 지원금 8달러의 1000배가 넘는 수치다. 따뜻함이 담긴 지구촌이라는 말을 입에 담기도 부끄러운, 너무나 동떨어진 두 개의 세계가 판이한 방향으로 치닫고 있다는 느낌을 지울 길 없다. <이병관 기자<국제부> comeon@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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