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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요초대석] 최홍섭 한국산업기술대 총장
입력2002-06-16 00:00:00
수정
2002.06.16 00:00:00
"현장위주 산교육이 100%취업 비결"
최홍섭 한국산업기술대 총장
>>관련기사 냉철·미소 잃지않는 '영국신사'
'산학협력ㆍ연구개발ㆍ기술인력 양성..' 경제개발을 시작한 이래 40년 넘게 일관돼 온 우리나라 산업과 교육정책의 목표다. 그러나 현실은 정반대다. 기술경시풍조는 날로 도를 더해가고 있고 이공계 기피현상은 국가적 근심거리가 되고 있다.
그러나 이 같은 현실을 완전히 극복해 내는 곳이 있다. 한국산업기술대학교가 그 주인공.
개교한지 불과 4년 남짓한 이 대학에는 기업체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다. 기술개발을 부탁하고 졸업생을 미리 확보하기 위해서다. 지난 2월 첫 회 졸업생은 100% 취업했다.
산업기술대학의 성공사례는 한국의 산업정책과 공과대학이 나아갈 길을 제시한다. 최홍건 한국산업기술대학교 총장을 만나 성공의 비결을 들어봤다.
-대학은 이공계 졸업생이 갈 데가 없다고 걱정합니다. 정작 기업들은 쓸만한 인력을 찾기 힘들다고 아우성입니다.
정부는 이공계 인력우대정책을 잇따라 내놓고 있지만 아직까지 실효를 거두지 못하고 있습니다. 흔들리는 이공계 교육과 산업인력 부족현상의 원인은 무엇이라고 보십니까.
▲문제는 간단합니다. 모든 게 사람에게서 비롯된 것입니다. 이공계 대학을 나온 졸업생이 취업이 잘되고 제대로 대우받는다면 해결됩니다. 의사나 변호사가 되기 위해 인재가 몰리는 것은 그만큼 대우받기 때문입니다. 이공계 졸업생들에 대한 대우가 좋다면 사람이 몰리게 돼 있습니다.
그런데 기업이 원하는 인력을 대학이 공급하지 못합니다. 대졸사원을 뽑았지만 기업이 써먹기 위해서는 따로 재교육시켜야 하는 게 현실입니다. 이공계 졸업생의 급여나 복지에 투입돼야 할 재원이 재교육 비용으로 들어가는 것입니다.
결국 급여가 떨어질 수 밖에 없고 산업현장을 마다하는 악순환으로 이어지고 있는 것입니다. 공과대학에서 학생들을 제대로 교육시키고 졸업과 동시에 산업현장에서 실력을 발휘할 수 있도록 만든다면 문제가 풀려나갈 것으로 봅니다.
-대학생 취업률이 50%가 안되는 상황에서 한국산업기술대학교 졸업생의 100%가 취업했습니다. 비결이 따로 있습니까.
▲내년 졸업생들도 벌써 절반 이상 취업했습니다. 2,3학년 학생에게도 장학금을 주고 급여를 미리 주며 졸업후 취업을 부탁하는 기업도 상당수 있습니다. 일종의 입도선매(立稻先賣)인 셈이죠. 이는 학생들이 그만큼 경쟁력을 갖췄기 때문입니다.
우리 대학에서는 졸업생들이 회사에 들어가 신입사원으로 일하기 원하지 않습니다.
경력사원에 해당될 만큼의 실력을 갖춰야 졸업이 가능합니다. 교과와 학사일정도 철저하게 현장 중심으로 짜여져 있습니다.
졸업에 필요한 학점중 일정 이상은 반드시 현장실습으로 따내야 합니다. 학점도 교수가 주는 게 아니라 해당기업의 대표가 매깁니다. 우리 학생들에게 학점을 주는 업체에게는 학점에 해당하는 만큼의 수업료를 내줍니다. 당연한 것인데 의아하게 생각하는 업체도 있습니다.
다른 대학은 안 그랬다는 것이죠. 우리 학교는 기업을 생각합니다. 기업을 위해 인력을 키우고 있습니다. 동시에 기업과 경쟁합니다. 기업이 발전하는 만큼 대학이 성장해야 우수한 인력을 배출할 수 있습니다. 경쟁과 보완이야말로 산학협동의 요체입니다.
-적지 않은 학생들을 일일이 산업현장에 내보기가 쉽지 않을 것으로 생각되는데요.
▲실은 우리 학교가 갖는 천혜적인 입지조건이 있습니다. 캠퍼스가 약 2만평인데요.
대학치고는 초미니라고 할 수 있죠. 하지만 우리 대학의 캠퍼스는 단순히 교정에 국한되는 게 아닙니다. 인근의 시화ㆍ반월ㆍ남동공단 전체가 우리 학생들의 배움터입니다. 여기에는 국내 중소기업의 절반 가까운 2만여개의 기업이 몰려 있습니다.
학교 근처에 그 흔한 술집이나 당구장도 하나 없습니다. 주변이 전부가 공장입니다. 산학협력의 모범국가로 손꼽히는 핀란드와 공단과 대학이 결합한 모델은 국내에서 우리 대학이 유일합니다.
학생들이 배워야 할 곳, 우리 대학에게 기술 평가나 개발을 의뢰하는 기업은 무궁무진합니다. 그만큼 우리 학교가 커나갈 가능성도 무한하다고 자신합니다.
-지난해 총장께서 발표한 '졸업생 리콜제'가 아직도 생소하기만 합니다.
▲사실 2년전 이 제도를 도입할까 말까 고민이 많았습니다. 우리 학생들이 실력을 갈고 닦았다는 자신은 있었지만 개교한지 얼마 안된 지방의 신생대학의 졸업생을 받아 줄 업체가 많겠느냐는 것이었습니다.
그래서 졸업생 품질보증제도, 즉 리콜제를 생각해냈습니다. 처음에는 기업체에 취업한 우리 졸업생들이 기업이 요구하는 역량을 발휘하지 못할 경우 다시 학교로 불러들여 재교육시킨다는 것이었는데 지금은 내용이 좀 바뀌었습니다.
해외에서 개발된 최신기술 등을 습득해 관련기업체에 나간 졸업생들에게 교육시켜 줄 예정입니다. 이미 구체적인 학사일정까지 잡아 놓았습니다.
-독특한 외부교수제도와 교수평가제도를 운영하고 있다고 들었습니다.
▲기업체와 긴밀한 관계를 바탕으로 우리 대학만의 학사관리 시스템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우리 학교는 교수인원이 어느 대학보다 많습니다.
우선 산업체 CEO150여명을 외부 겸임교수로 위촉했습니다. 다른 대학처럼 학위를 딴지 얼마 안되는 시간강사로 강의시간을 채우는 교육을 하지 않습니다.
학생들도 CEO 겸임교수의 강의를 환영하고 있습니다. 강의를 위해 체계적으로 자신의 기업성과를 정리한다는 점에서 CEO들도 강의에 열정을 쏟고 있습니다. CEO 겸임교수제를 통해 학교와 산업체간 관계도 돈독해지고 있습니다.
교수평가에서도 외국 유명학술지에 논문이 오르는 경우 교수평가에 가장 큰 점수를 주는 게 일반적이지만 우리 대학에서는 연구프로젝트를 수행하고 리포트만 제출해도 외국유명학술지 기고와 동일하게 평가합니다.
또 교수들이 강의실에 있는 시간보다 실험실에서 연구하는 시간을 보장하기 위해 강의시간도 줄였습니다.
CEO겸임교수가 현장의 생생한 경험을 강의하고 전임교수들은 최신기자재로 연구프로젝트에 몰두합니다. 교육의 형식과 내용, 질에 있어 전국의 어느 대학보다 뛰어나다고 자부합니다.
-연구 프로젝트를 통한 실제 성과가 나오고 있습니까.
▲무엇보다 한국산업기술대학교 생긴 이후 인근 산업체들이 그렇게 좋아할 수가 없습니다. 예컨데 훌륭한 상품을 개발했는데 디자인이 문제였던 한 중소기업이 우리학교에 우수상품의 디자인 분석을 의뢰한 적이 있습니다.
이 업체는 이전에도 서울을 오가며 주요 대학에 같은 연구를 부탁했지만 들어주는 곳도 없었고 시간도 많이 걸렸습니다. 그런데 우리 대학에서는 바로 결과를 내줄 수 있었습니다.
이런 입소문이 퍼지면서 우리 학교의 기자재와 연구인력을 활용하려는 기업이 늘어났습니다. 이런 기업을 엮어서 '가족회사'로 협력하고 있습니다. 이런 가족회사가 1,033개입니다.
초정밀분야에서도 성과가 나타나고 있습니다. 가족회사의 일원인 삼성테크윈과 공동으로 300만 화소의 고급 디지털 카메라용 렌즈 생산을 위한 금형제작에 성공했는데요.
국내최초는 물론 전세계에서도 이런 기술을 보유한 나라는 몇 개 안되는 기술입니다. 전량 수입에 의존하던 관련제품의 국산화가 가능해진 것은 물론 비디오카메라의 핵심부품인 렌즈생산, 미사일에 내장되는 탐지경 등의 생산도 기대할 수 있게 됐습니다.
초정밀가공 기술혁신센터와 조립검사장비 개발, 원격기술지원 등 고급기술이 한창 개발중입니다. 우리 학교에는 국내 유일한 정밀 기자재가 많이 있습니다. 우리는 시설과 인력을 산업체에게 완전개방하고 있습니다. 산학협동은 앞으로도 더욱 위력을 발휘할 것 입니다.
대담: 권홍우 경제부 차장
정리=조의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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