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4분기 우리나라 가계는 집을 사기 위해 빚을 내는 한편 불확실한 미래를 대비해 지갑은 굳게 닫고 저축을 늘린 것으로 나타났다.
23일 한국은행의 '2·4분기 자금순환(잠정)'을 보면 가계 및 비영리단체는 지난 분기 총 36조9,000억원을 은행 등 금융기관으로부터 빌렸(자금 조달)다. 이는 지난 2003년 관련 통계 작성 이후 최대다. 1·4분기(14조2,000억원)의 2.6배에 이르는 규모다. 저금리, 부동산 대출 규제완화의 영향으로 가계가 집을 사거나 전세자금을 위해 빚을 낸 것으로 풀이된다.
반면 소비에는 인색했다. 가계가 예금·적금 등으로 굴린 돈을 뜻하는 자금 운용액은 지난 분기 61조9,000억원으로 역시 통계 작성 이후 최대치를 경신했다. 전 분기(43조7,000억원)보다 약 20조원이나 불어났다. 주택거래 활성화로 집을 판 사람이 그 돈으로 소비를 했다기보다는 저축을 해 전체 자금 운용액이 크게 불었다. 또 2·4분기 실질 국민총소득(GNI)이 전 분기보다 0.1% 감소하는 등 소득은 줄었는데 자금운용액이 늘어난 것은 그만큼 씀씀이를 줄이고 저축을 늘린 뜻으로 풀이된다. 고령화에 대비해 저축을 늘린 결과다.
이에 따라 가계의 자금 잉여(자금운용액-조달액) 규모는 24조9,000억원으로 전 분기(29조6,000억원)에 이어 높은 증가세를 이어갔다.
한편 비금융법인기업은 설비투자 확대 수요 등으로 차입금이 늘면서 자금부족 규모가 1·4분기 4조4,000억원에서 2·4분기 5조2,000억원으로 늘었다.
일반 정부는 세수 확대 등으로 1·4분기 5조5,000억원의 자금 부족에서 2·4분기 6조4,000억원의 자금 잉여로 전환했다. 경기 회복을 위해 예산 조기집행 등을 추진했으나 자금순환 통계상으로는 오히려 돈을 안 쓴 것으로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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