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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당국은 올 초 가계부채 구조개선 프로그램을 발표할 당시 두 가지 목표를 강조했다. 첫째는 변동금리·일시상환대출을 고정금리·분할상환대출로 바꿔 우리 경제의 잠재적 시한폭탄인 가계부채가 악성화하는 것을 막는 것이고 둘째는 부채구조 개선작업 과정에서 가계대출 신규 수요가 늘지 않도록 관리하겠다는 것이다. 경제성장에 따라 자연적으로 가계부채가 늘어나는 것은 어쩔 수 없지만 가계부채대책이 엉뚱하게 빚을 늘리는 결과를 초래해서는 안 된다는 인식이다.
금융당국이 대출전환 규모의 70%만큼 주택금융공사가 발행한 주택저당증권(MBS)을 의무매입하도록 한 것은 바로 두 번째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조치다. 가계부채의 구조를 개선해 잠재적인 악성부채를 관리 가능한 부채로 개선하는데도 새로운 대출이 발생하면 가계대출 연착륙 노력이 물거품이 되기 때문이다.
최근 가계대출은 저금리 기조 속에 주택대출 규제 완화 등에 힘입어 가파르게 상승하고 있다. 대출 비수기인 지난 1월에도 은행권 가계대출 잔액은 562조3,000억원으로 전월보다 1조4,000억원 증가했다. 1월 가계대출이 늘어난 것은 2008년 통계 집계 이후 이번이 처음이다. 은행권 주택담보대출 역시 전월보다 2조5,000억원 늘어났다. 1월 증가폭은 2008년 이후 6년 만에 가장 컸다. 당국으로서는 대출전환 프로그램 가동으로 은행에 새로운 유동성이 유입되는 것만은 최소화해야 한다는 절박감이 클 수밖에 없다.
하지만 은행은 "지나친 경영 간섭"이라며 볼멘소리를 내고 있다. 대출전환에 따른 수익성 악화에 자산운용 족쇄마저 채워져 엎친 데 덮친 격이기 때문이다. 연초 범금융 대토론회 등을 통해 경영 자율성을 최대한 보장하겠다는 당국 약속이 잉크가 마르기도 전에 공염불로 전락하고 있다는 비판마저 나온다.
◇가계대출 확대 막고 MBS 시장 충격 흡수 위한 이중 포석=오는 3월에 나오는 대출전환 상품은 적격대출(confirming loan)이다. 적격대출은 은행의 대출채권을 기반으로 공사가 MBS를 발행해 채권시장에서 자금을 조달하는 구조다. 이번 대출전환은 변동금리·일시상환 조건으로 나간 기존 주택담보대출을 대출채권으로 삼아 MBS를 발행한다. 은행은 대출채권을 공사에 양도하고 그 대가로 MBS 발행을 통해 자금을 수혈 받는다. 그런데 은행이 대출전환 규모의 70%만큼 직접 MBS 투자자로 나서게 되면 은행에 유입되는 자금은 전환 규모의 30%에 그친다. 예를 들어 A은행이 2조원의 대출전환을 하게 되면 MBS 매입에 1조4,000억원을 투입해야 한다. 즉 6,000억원만 은행에 들어오게 된다. 은행으로서는 MBS 매입으로 대출에 활용될 수 있는 현금자산이 감소하는 셈이다.
은행의 MBS 의무매입에는 MBS 발행금리를 안정화하기 위한 의도도 담겼다. 올해 공사의 MBS 발행물량 목표는 지난해의 두 배가 넘는 35조원. 물량 과다로 발행금리가 급등(채권값 하락)할 가능성이 적지 않다. MBS 의무매입은 가계대출 총량을 억제하고 MBS 시장 충격도 최소화할 양수겸장의 카드다
◇은행 "MBS 투자 매력 없어" 볼멘소리=은행들은 MBS 투자에 거부감이 심하다. 그도 그럴 것이 이번 대출전환으로 고금리대출상품을 중도상환수수료 한 푼 받지 못하고 적격대출로 바꿔줘야 한다. 여기에 대출채권을 공사에 양도하다 보니 수익구조도 이자수익에서 대출 취급시 받는 수수료(대출 규모의 0.5%)와 채권관리 수수료(연 0.2%) 등 일회성 수익으로 쪼그라든다. 이런 판국에 수익률이 2% 중반에 불과한 MBS마저 매입해야 한다. 일반 가계신용대출 금리가 평균 5%대, 담보대출도 3~4%대 금리가 가능하다는 점에서 손해가 적지 않다.
은행들은 그동안 MBS 투자를 줄여왔다. 2013년 6조5,235억원에서 지난해 2조원 수준으로 쪼그라들었다. 이번에 은행 매입분으로 할당된 MBS 규모 14조원(대출전환 20조원의 70%) 매입 부담이 얼마나 큰지 보여준다. 당국도 이를 의식해 MBS를 올해부터 적용되는 건전성 기준인 유동성커버리지비율(LCR) 규제에 포함하기로 결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MBS를 매입하면 단기 유동성 위기에 대응할 수 있는 여력을 보여주는 LCR 수치가 높아진다는 의미다. 그럼에도 은행들은 시큰둥하다. 이미 상당수 은행의 LCR 수치가 합격 마지노선인 80%을 훨씬 웃도는 100%에 육박해 규제 완화의 실효성이 없기 때문이다.
◇은행 팔 비틀기 도질라=하지만 당국의 입장은 단호하다. 올 하반기부터 금리 인상 가능성이 점점 높아진다는 점에서 적극적인 가계부채 관리가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실제 당국은 MBS 의무매입 규모를 처음에는 대출전환의 50%로 잡았다가 20%포인트 더 올렸다. MBS 매입 후 의무보유기간도 설정하려다 은행의 반발로 철회한 것으로 알려졌다.
은행들은 이번 일을 계기로 수면 아래로 가라앉은 행정지도가 노골화하지는 않을지 우려하기도 한다. 사실 올해 대출전환 목표인 20조원은 당국의 희망 섞인 기대치다. 아무리 당국이 원해도 원리금 상환에 부담을 느낀 고객이 전환대출을 마다하면 강제할 수단이 없다. 하지만 은행들은 어떤 식으로든 압박할 것으로 보고 있다. 금융계 고위인사는 "아직까지 은행별로 대출전환과 관련해 할당된 규모는 없다"면서도 "그러나 이미 당국 목표치가 공언된 만큼 대출전환이 시작되면 당국도 수수방관하지만은 않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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