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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 외자도입 탄력붙었다

칠흑 같던 국내은행의 외자도입 창구에 빛이 보이기 시작했다. 외국 금융기관들이 한국 금융기관에 대한 신용공여한도(크레디트 라인)를 서서히 늘려가고 있는 것이다. 또 그동안 치솟기만 하던 조달금리도 뚜렷이 내림세를 보여 일부 국책은행의 경우 외환위기 이전 수준까지 조달금리가 떨어지고 있다.5일 금융계에 따르면 최근 국내 금융기관의 외자도입이 봇물터진 듯 늘어나고 있다. 지난 7월 한불종금이 국제통화기금(IMF) 체제에 들어간 후 처음으로 프랑스 수출입은행(BFCE)을 주간사로 해 1,700만달러를 차입한 후 3개월여 만의 일이다. 국민은행은 이날 스탠더드 차터드와 도이치 은행을 주간사로 신디케이션(차관단) 방식에 의해 최소 5,000만달러, 최고 1억달러를 차입키로 했다고 발표했다. IMF 이후 최대규모의 신디케이트 방식 외자도입이다. 3년 만기에 1년 풋옵션(1년마다 상환을 요구할 수 있는 조건)이 걸린 이번 차입은 금리조건이 리보(런던은행간 금리)에 2.5%를 더한 수준으로 가산금리가 최소 4~5%에 달했던 연초에 비해 많이 나아졌다. 국민은행의 서기열(徐祺烈) 국제기획부 차장은 『여러 은행에서 돈을 빌려주겠다고 나서 이중금리가 낮은 곳을 골랐다』고 말해 외국은행들의 대출제의가 잇따르고 있음을 시사했다. 이에 앞서 하나은행은 지난달말 국내 시중은행 가운데 처음 스탠더드 차터드 은행 등으로부터 3,000만달러를 신용으로 들여오는 데 성공했다. 하나은행과 국민은행의 외자도입은 같은 금리조건에 모두 신용차입이라는 점이 주목된다. 이와 함께 기업은행은 이달중 1억달러를 신규 차입하기로 하고 막바지 서류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체이스 맨해튼 은행을 주간사로 한 기은의 외화차입은 유가증권 담보부이긴 하지만 가산금리가 0.5%에 불과, IMF 이전과 비슷한 수준으로 떨어졌다. 신한은행은 내년 2월께 유럽계 은행을 주간사로 해 3억달러를 외화자산 담보부로 차입할 계획이다. 6개월 미만의 단기신용한도(머니마켓 라인)도 계속 커지고 있다. 신한은행의 경우 중동과 유럽계로부터 매월 5,000만~6,000만달러 수준의 한도를 확보한 상태다. 주택은행도 최근 국제금융공사(IFC)로부터 2,000만달러의 차입한도를 확보하는 등 지난 4월의 외채만기 협상 이후 7,000만달러 이상의 한도를 추가로 확보했다. 주택은행은 여세를 몰아 김정태(金正泰) 행장이 이번 주말부터 직접 외자도입에 나설 계획이다. 한미 등 여타 우량은행의 경우 내년 9월까지 최대 2억2,700만달러의 공여한도를 쌓아놓은 상황이다. 국내 은행들의 외자도입이 이처럼 급작스러울 만큼 활발해진 것은 금융 구조조정이 일단락되면서 대외신인도가 회복되고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아시아 시장의 동향에 유달리 민감한 반응을 보여왔던 스탠더드 차터드가 잇달아 2개 은행에 대한 대출을 결정한 것이 대표적 사례라는 분석이다. 대내외 여건이 호전되고 있는 것도 은행들의 신규차입에 호재가 되고 있다. 신한은행 관계자는 『외국인들은 무엇보다 한국의 외환보유액에 관심을 갖고 있다』며 지난 10월말 외환보유액이 450억달러를 넘어서자 이것이 차입조건 협상에 큰 도움을 주고 있다고 분석했다. 외환보유액이 확충되고 은행들의 외자 조달창구가 넓어지면서 외평채 가산금리도 5년짜리가 4.95%, 10년짜리가 5.05%로 크게 떨어졌다. 외평채 가산금리와 국내은행의 차입금리가 영향을 주면서 동반 하락하는 선(善)순환이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시중은행의 한 국제담당 임원은 『현재는 신규차입이 우량 및 국책은행에 국한돼 있지만 이같은 추세가 이어질 경우 적어도 내년초께는 상당수의 국내 금융기관이 해외차입을 할 수 있는 여건이 외환위기 이전 수준까지 회복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김영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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