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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계 비상구를 찾아라!! [上]

재계 비상구를 찾아라!! [上] `비상구를 찾아라.' 2000년 한국 기업들에게 주어진 절체절명의 명제다. 밖으로는 반도체 가격의 하락과 동남아 경기의 악화, 유로화 약세, 봇물을 이루는 덤핑제소 등으로 수출여건이 크게 악화되고 있다. 안으로는 폭발적으로 늘어나는 노사분규와 주 40시간으로 대표되는 근로시간 단축, 집단소송제 도입 추진 등에 대한 정부와 노동계의 압박이 강도 높게 진행되고 있다. 국내 기업들의 체질로는 어떤 것도 해결이 쉽지 않다. `엎친데 덮친 격'으로 최근 들어 대부분의 기업들이 주식시장 침체에 따른 유동성 부족으로 하루하루를 힘겹게 넘기고 있다. 사면초가 상태에 있는 재계의 비상구를 4회 걸쳐 찾아 본다. `줄여야 산다.' 재계가 살기 위해 모든 것을 줄이고 있다. 지출을 줄이는 것은 기본이고 신규사업 투자와 연구개발(R&D) 비용마저 칼질을 하고 있다. 인력도 예외는 아니다. 경제위기 상황을 돌파하기 위해 마른수건을 다시 한번 짜는 초결핍 경영에 들어갔다. 일부 기업은 최악의 시나리오를 만들어 놓고 대비하고 있다. 표참조 지난달말 그룹의 모태인 건설이 부도직전에 몰린 현대는 사정이 남다르다. 정몽헌(MH) 현대아산 이사회 회장은 건설의 유동성 해소와 투신의 외자유치를 위해 한달 가까이 일본과 미국을 오가면서 귀국을 미루고 있다. 이들을 살릴 수 있는 돈을 구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예년 같으면 이미 마무리 단계에 있어야 할 내년도 사업계획은 엄두도 내지 못하고 있다. 하루하루가 급한 판에 내년 이야기는 차라리 사치에 가깝다. 오로지 채권단에 갚을 자금 마련 이외에는 어느 것도 생각하기 힘든 상황이다. 현대는 창업자인 정주영 전 명예회장이 가장 애착을 갖고 있는 서산농장을 채권단에 담보로 넘길 계획이다. 현대에서 분리된 현대-기아자동차는 생산원가 절감과 비용축소를 중점으로 하는 내년도 사업계획을 수립하고 있다. 불필요한 투자를 자제하고 유동성 확보에 집중한다는 것. 인천제철도 내년도 투자액을 대폭 줄인다는 방침을 세워 놓고 있다. 반도체 수출로 막대한 수익을 올리고 있는 삼성도 허리띠를 졸라매기는 마찬가지다. 지금은 다소 여유가 있지만 내년에 경영환경이 악화될 것에 대비해 투자를 사내유보금의 80% 이내로 최소화하면서 현금확보에 주력할 계획이다. 삼성은 이같은 내용을 담은 경영계획 수립 가이드라인을 마련, 전 계열사에 전달했다. LG도 내년 경영여건이 좋지 않을 것이란 판단 아래 대규모 시설투자를 하지 않을 방침이다. 구본무회장은 "핵심사업에 모든 역량을 쏟고 재무구조 개선에 매진하라"고 기회가 있을 때 마다 강조하고 있다. SK도 고정자산에 투자를 자제하면서 현금 유동성 확보에 주력하고 있다. 최태원 회장은 최근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내년에는 더 긴축경영을 할 것"이라며 "고정투자를 가능한 한 억제하고 현금유동성이 부족하면 자산을 팔아서라도 메울 것"을 계열사에 주문했다. 그는 또 "과감한 구조개혁에 나서 환경이 어떻게 변하더라도 살아남을 수 있는 안정된 조직을 갖추는데 최우선을 두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대한항공과 한진해운을 주력으로 하는 한진그룹은 다른 그룹에 비해 현금 유동성이 풍부하다. 주력사들이 '현찰장사'를 하는 이유도 있지만 수년에 걸쳐 배와 비행기를 매각한 자금으로 부채를 갚아 비교적 여유가 있다. 그러나 내년에 경영환경이 악화될 것에 대비해 현재 추진중인 사업을 상당 부분 수정할 계획이다. 급하지 않은 투자나 비용발생을 최대한 억제한다는 방침에 따른 것이다. 한화는 12월에 돌아오는 어음이 2,000억원에 달해 매출채권을 확보하는데 힘을 쏟고 있다. 물론 생산과 직접적으로 연관되지 않는 투자는 하지 않는다. 유동성 확보를 내년도 최대과제로 설정해 놓고 있다. 최대한 투자를 억제하고 재무안정에 초점을 맞춘다는 계획이다. 금호도 연말까지 조직을 슬림화하는 구조조정 작업을 마무리할 계획이다. 현금확보를 위해 투자는 물론 연구개발(R&D) 비용도 줄일 예정이다. 두산은 최악의 상황에 대비한 시나리오를 마련해 놓고 경영계획을 현금유동성에 맞추고 있다. 쌍용은 양회의 외자유치를 성공적으로 마무리 한 여세를 몰아 외자유치와 계열사 지분매각 등 구조조정의 고삐를 더욱 당긴다는 방침이다. 쌍용양회가 가지고 있는 중공업 지분 678만주(169억원)와 정공지분 321만주(160억원) 매각 작업을 이달중에 마무리하기로 했다. 또 삼각지 부동산 등 비활용 자산을 추가로 팔아 1,500억원의 유동성을 확보할 예정이다. 이밖에 동부와 한솔도 어느 때 보다 강도 높은 초긴축기조를 유지하고 있다./채수종기자 sjchae@sed.co.kr 입력시간 2000/11/02 18:09 ◀ 이전화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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