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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일 경북 포항시 포스코 포항제철소 제2고로. 권오준 포스코 회장에게 사람 키 만한 화입(火入)봉이 건네지자 김해봉 조선내화 사장을 비롯한 참석자 100여명의 시선이 봉 끝의 이글거리는 불꽃으로 모아 졌다. 하루 전 포항 본사 옆 종합준공기념탑에서 채화한 불꽃은 올림픽 성화를 옮기듯 김학동 포항제철소장 등 봉송 주자들의 손을 거쳐왔다. 권 회장이 제2고로에 화입봉을 밀어 넣자 순간 굉음과 함께 용광로 내부에 시뻘건 불길이 활활 타오르기 시작했다. 지난 석 달간의 휴식이 근질거렸는지 훨씬 더 힘이 강해진 2고로는 제아무리 거대한 돌덩어리라도 단숨에 녹일 기세였다.
올해 우리나라 나이로 마흔 살이 된 포항 제2고로가 95일간의 개수 공사를 마치고 다시 가동에 들어갔다.
직접 화입을 한 권 회장은 "연간 210만톤의 쇳물을 앞으로 15년간 꾸준히 생산할 수 있는 기반을 갖췄다"며 "2고로가 '포스코 더 그레이트(위대한 포스코)'를 달성하는 주춧돌이 돼주리라 확신한다"고 밝혔다.
지난 1976년 5월 준공된 포항 2고로(당시 157만톤 규모) 화입 행사에 박정희 대통령이 직접 참여할 정도로 철강은 우리나라의 핵심 산업이었다. 1973년 준공한 1고로(103만톤)와 합쳐 포항제철이 만든 철은 조선과 가전·자동차 등에 널리 쓰였고 우리나라가 후진국에서 경제 대국으로 도약하는 발판이 됐다. 39년 뒤 박 전 대통령과 같은 자리에 선 권 회장은 제2고로가 과거 한국 경제를 부흥시키듯 이번에는 위기에 빠진 포스코를 구해주기를 염원했다.
포항 2고로는 3,000억여원이 투입된 이번 개수로 완전히 새로 태어났다. 우선 생산능력이 30% 이상 향상돼 연 210만톤의 쇳물을 만들 수 있다. 또 청정시스템을 강화해 기존 먼지흡입 기능이 50% 이상 높아졌고 냉각방식이 정밀해져 미세한 온도 관리까지 가능하다. 생산능력과 효율성 모두 개선된 만큼 포스코가 추구하는 '철강 본원경쟁력 강화'에 한걸음 더 다가서게 됐다.
포항 2고로는 이번이 세 번째 개수로 국내 최다다. 준공 7년 만인 1983년 1차 개수가 진행됐고 1997년이 두 번째였다. 우리나라 최초의 용광로인 포항 1고로의 경우 현재 2차 개수까지만 진행됐으며 시설 관리가 잘 돼 아직 추가 개수 계획이 잡혀 있지 않다.
포스코의 기존 개수 작업이 포스코 건설 등 계열사가 도맡던 것과 달리 이번 개수에는 24개 중소 업체가 참여했다. 포스코의 한 관계자는 "기업 간 상생과 지역 경제 활성화를 위해 그룹 외 업체들에도 공사를 맡겼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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