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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일 교통사고 근로자에도 "보상금 줘라"

■ 中, 노동쟁의 중재법 5월1일부터 발효<br>쟁의절차 줄이고 시효는 늘리고 처리시한은 줄여<br>노동계약법 발표이후 노동자 권리의식도 높아져<br>사용자 절대적 불리…진출기업 노무관리 고통 가중


지난 2월 말 한국인 K사장이 경영하는 베이징의 한 업체에 다니던 중국인 노동자 W씨는 퇴근 후 술을 마시다 뇌사상태에 빠졌다. K사장은 “업무와 무관한 사망이니 성의나 표시하라”는 경찰의 조언에 따라 3,000위안(한화 43만원 상당)을 주기로 하고 보호자의 서명을 받아 사건을 원만하게 마무리지은 것으로 생각했다. 그런데 K사장은 얼마 후 중국 노동국으로부터 ‘유족들의 위로금 10만위안을 지급하라’는 내용의 통지문을 받고 당황했다. 유족들이 뒤늦게 ‘권리’에 눈을 떠 청구한 것인데 K사장은 업무와 무관한 사망이라는 사실을 스스로 입증하지 못하면 꼼짝없이 거금을 내놓아야 할 처지에 몰렸다. 오는 5월1일부터 중국에서 노동쟁의중재법이 공식 발효되면서 K사장의 경우처럼 중국 현지에 진출한 한국기업들이 언제 어떤 이유로 발생할지 모를 노동쟁의로 두려움에 떨고 있다. 중국 산둥(山東)성에서 사무용가구 생산업체를 운영하는 M사장도 유사한 쟁의에 휘말렸다. 직원이 휴일에 오토바이 사고로 사망한 뒤 유족들이 1,000만원에 가까운 보상금을 요구한 것이다. 그는 업무상 재해가 아니라 너무 지나친 요구지만 어떻게 대응해야 할지 난감해 하고 있다. 하지만 중국의 노동법 제73조 제2항에 따르면 “노동자 사망 후 그 유족은 유족수당을 법에 따라 향유한다”고 규정돼 있어 유족들의 요구를 들어줄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신설 노동쟁의중재법에 따라 노동쟁의의 절차가 간소화하고 신청시효도 크게 장기화하면서 중국의 노동쟁의가 크게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중국 인력자원사회보장부에 따르면 올 들어 1~2월 중국의 노동쟁의 건수는 지난해에 비해 폭증해 광둥(廣東)성의 경우 전년 대비 300%나 늘었다. 또한 충칭(重慶)은 145%의 높은 노동쟁의 증가율을 나타냈고 상하이(上海)와 후베이(湖北)도 노동쟁의 건수가 각각 92.5%, 90% 늘었다. 최근 중국의 노동쟁의는 올해 초 시행에 들어간 노동계약법에 따라 퇴직금 지급 및 종신고용 의무화와 관련된 사안에 집중돼 있다. 광둥성에서 소규모 가공무역업체를 경영하는 J사장은 최근 자발적으로 사표를 낸 직원들에게 퇴직금을 지급해야 할지 고민하고 있다. J사장은 “소규모 업체여서 아직 노동계약서를 체결하지 않았는데 우리 회사에서 2년 6개월가량 근무한 직원이 사표를 내면서 두달치 퇴직금을 달라는데 자신이 사표를 냈을 때도 퇴직금을 줘야 하느냐”며 고민했다. 이에 대해 KOTRA 다롄무역관은 “자발적으로 그만두면 경제보상금(퇴직금)을 주지 않아도 되지만 노동계약을 체결하지 않았을 경우 서면 노동계약 미체결 벌금으로 3개월치 월급을 줘야 한다”고 답했다. 베이징의 한 노동쟁의 전문 변호사는 “중재법이 노동자 편향적인 만큼 노동쟁의가 중재신청으로 넘어가면 기업에 절대 불리하다”며 “중재신청을 가급적 피하고 사전 협의로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유리하다”고 말했다. 노동쟁의중재법은 소송제기 전에 반드시 거치도록 돼 있던 중재절차를 없애 사용자를 대상으로 한 소송 등 노동쟁의를 매우 쉽게 제기하도록 했고 노동쟁의 신청시효도 당초 60일이었던 것을 1년으로 크게 늘려 노동자들이 두고두고 사용자들을 압박할 수 있는 장치를 마련했다. 반면 노동쟁의의 처리시한은 당초 74일에서 50일로 줄여 기업이 노동쟁의에 대처할 수 있는 여유를 축소시켰고 사용자에게 포괄적인 입증책임을 지게 함으로써 노사관계에서 기업을 수세적인 위치로 만들었다. 중국은 올초 사실상 종신고용 및 퇴직금 지급을 의무화하는 등 노동자의 권익을 크게 강화시킨 노동계약법과 중국 내자 및 외자기업의 법인세 세율을 일원화하는 내용의 기업소득세법을 시행하는 등 기업규제 관련 법을 잇따라 쏟아내면서 현지에 진출한 4만5,000여개 우리 기업들 가운데 상당수가 한계상황으로 내몰리고 있다. KOTRA 베이징무역관의 정성화 차장은 “노동쟁의중재법 발효로 중국 노동자들의 쟁의권한이 법률로 보호받게 됐다”면서 “노동계약법 통과로 노동자들의 권리의식이 높아진 상황에서 쟁의마저 이처럼 편리해진다면 현지 진출 기업들은 노무관리에 어려움이 커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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