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3차 양적완화(QE3) 조치 이후 글로벌 유동성이 국내 증시로 밀려들면서 내수주들이 환하게 웃고 있다. 외국인 자금의 유입으로 원ㆍ달러 환율이 하락하면서 원자재를 수입해야 하는 내수업체들의 이익이 개선될 것으로 전망되자 주가가 상대적으로 강세를 보이고 있는 것이다.
18일 코스피지수는 전날보다 2.61포인트(0.13%) 오른 2,004.96포인트에 거래를 마쳤다. 외국인과 기관이 각각 491억원, 41억원 순매수하면서 지수하락을 가까스로 막았다. 특히 국가ㆍ지자체 등이 1,300억원 가까이 사들이면서 투신권의 매물을 막아냈다.
전체 증시가 보합권에 머무르면서 기계(-1.62%), 건설(-0.96%), 은행(-0.25%), 철강금속(-0.14%), 운송장비 등 최근 단기 급등한 경기민감 업종은 약세를 보였다. 그러나 음식료품(1.03%), 전기가스업(1.11%), 의약품(1.03%), 서비스업(0.69%) 등 내수관련 업종은 상대적으로 강세를 보였다. 최근 거래대금이 늘어나면서 이익증가 기대감이 커지고 있는 증권업종도 1.14% 올랐다. 원ㆍ달러 환율이 1,110원대로 떨어지자 원화강세 수혜주로 꼽히는 이들 업종에 투자자들의 관심이 몰린 것으로 풀이된다.
일반적으로 원화 강세는 수출 업체에는 부정적으로, 국내 내수에는 긍정적으로 작용한다. 특히 음식료품 업종의 경우 국제 곡물 등 원재료를 수입해 가공하기 때문에 원ㆍ달러 환율이 하락할 경우 원가 부담이 줄어 이익이 늘어나게 된다. 외국인 투자가 입장에서는 원화강세에 따른 환차익까지 노릴 수 있어 국내 증시의 투자매력을 높이는 요인으로 작용하게 된다.
이날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ㆍ달러 환율은 전날보다 2원30전 오른 1,118원30전에 거래를 마쳤다. 비록 이날은 소폭 상승했지만 지난 14일 환율이 1,128원대였던 점을 감안하면 원화 강세는 이어지고 있다. 원화 강세는 시장의 예상을 뛰어넘은 미국의 양적완화(QE3)와 유로존 무제한 국채 매입 프로그램(OMT) 등 각국 중앙은행의 통화완화 정책으로 글로벌 유동성이 풍부해졌기 때문이다. 특히 최근 무디스ㆍ피치ㆍ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등 주요 국제신용평가사가 한국 신용등급을 잇따라 상향 조정한 것도 배경으로 꼽힌다.
조승빈 우리투자증권 연구원은 "현재 원ㆍ달러 환율은 물가수준과 무역가중치를 고려해 추정한 실질실효환율 987원에 비해 높은 수준이기 때문에 저평가된 환율이 정상화될 것"이라며 "과거 원ㆍ달러 환율이 저평가 국면에서 벗어날 때 이익 모멘텀과 지수 등락률이 상대적으로 강세를 나타냈던 업종은 내구소비재ㆍ의류ㆍ제약ㆍIT소프트웨어ㆍ유통 등이었다"고 분석했다. 조 연구원은 이어 "반면 수출 비중이 높은 반도체ㆍ자동차부품ㆍIT하드웨어ㆍ디스플레이 등은 영업이익폭과 주가가 역시 코스피지수 수익률에 미치지 못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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