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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실대출 대가로 거액 커미션 받아/은행장들 어떤 혐의로 조사받나
입력1997-02-05 00:00:00
수정
1997.02.05 00:00:00
성종수 기자
검찰에 소환된 전·현직 은행장 4명은 어떤 혐의를 받고 있는가.검찰은 정태수씨와 4개 은행 은행관계자들에 대한 조사를 통해 이미 은행장들에 대한 혐의를 상당 부분 확보했다. 은행장 소환이 당초 예상보다 늦어진 것도 정씨를 통해 구체적 혐의를 캐내는데 시간이 걸렸기 때문이다.
정씨가 털어놓은 은행장들에 대한 커미션 제공 내역은 상당히 구체적인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로서도 이미 혐의를 확보한 만큼 일사천리로 수사를 진행한다는 방침이다. 따라서 은행장들에 대한 사법처리는 초읽기에 들어간 셈이다. 다만 소환된 은행장 모두가 구속되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커미션의 액수가 크고 대가성이 짙은 경우로 한정될 가능성이 크다. 검찰 주변에서는 수감중인 이철수 전 제일은행장 이외에 2명이 구속될 것이라는 얘기가 나돌고 있다.
신광식 제일은행장은 지난해 6월 취임 이후 한보에 2천여억원을 대출했다. 한보 채권은행단 대표이지만 단기간에 거액을 대출한 만큼 의혹을 받고 있다. 이철수 행장 시절 전무로 재직, 한보의 속사정도 잘 알고 있다. 그는 『지난해 본격화된 2단계 시설공사의 마무리를 위해 추가 여신이 불가피했다』고 주장해 왔다. 검찰은 그러나 담보 부족분이 1천5백억원에 이르고 있는 점을 중시하고 있다. 특히 그가 대출 과정에서 거액의 커미션을 받은 혐의를 확보한 것으로 전해졌다.
우찬목 조흥은행장은 95년 12월 취임 이후 한보에 2천5백억원을 대출했다. 그는 사업전망이 밝다는 한국기업평가(주)의 분석을 토대로 대출을 결정했다고 주장한다.
이형구 전 산업은행총재는 90년 1월부터 94년 12월까지 2천5백억원을 시설자금으로 대출했다. 그는 특히 한보에 거액 대출의 길을 텄다는 점에서 주목을 받고 있다. 이씨는 『한보 대출은 산은이 주도한 것이 아니라 정부 차원의 결정이 있었다』며 외압이 있었음을 시사하는 발언을 했다. 이 발언은 당시 청와대 경제수석인 한리헌씨의 말과 정반대여서 검찰 조사를 통해 사실 규명이 불가피하다. 특히 산은총재는 시중은행보다 재량권이 작아 외압이 있었을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 검찰의 시각이다. 노동부장관때 산은총재 시절의 대출 비리로 현직 장관으로는 처음으로 구속되는 수모를 겪었던 그는 또 다시 산은총재 때의 일로 구속될 형편에 처했다.
93년 5월부터 96년 4월까지 제일은행장을 지냈던 이철수씨는 재수감돼 검찰 조사를 계속 받고 있다. 검찰은 94년 서울은행이 담보 및 재무구조 부실 등을 이유로 한보에 대한 추가 대출을 거부하자 대신 제일은행이 주거래은행으로 나선 배경을 집중 조사하고 있다. 지난해 4월 효산그룹 대출비리사건으로 구속되기전까지 2년11개월간 재임하면서 한보에 8천5백억원을 대출했다.<성종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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