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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금 축내는 제일은행

그러는 사이에 제일은행은 더욱 부실해져 갔다. 은행이 은행으로서 기능을 못하고 거래기업들이 부도위기에 내몰려 다시 은행 부실의 심화로 이어지는 악순환에 빠질 위험에 놓이게 됐다. 그러자 정부가 제일은행의 처리 방향을 선(先)정상화 후(後)매각으로 궤도를 수정하기에 이르렀다.방향 선회에 따라 정부는 제일은행의 BIS기준 자기자본비율을 10%로 끌어올리기 위해 3조원의 공적자금을 추가로 투입하기로 했다. 공적자금의 투입에 앞서 감자을 해야하기 때문에 소액주주들은 또 한번의 피해를 입지 않을 수 없게 되었다. 제일은행 매각을 위한 뉴브리지캐피털 측과의 협상이 첫 단추부터 잘못 낀데서 비롯된 사단이다. 물론 환란이라는 특수 사정아래서 IMF와의 약속과 국가신인도라는 족쇄에 걸려있었던 점을 감안하더라도 지나치게 서두른 나머지 뉴브리지측의 「장사속」의 덫에 걸려 수렁에 빠져든 형국이다. 정부의 판단이나 협상능력에 한계를 드러낸 것으로 재정 낭비에 대한 비판을 면하기 어렵다. 공적자금은 곧 국민의 혈세다. 이미 투입된 공적자금이 1조5,000억원에 이른다. 성업공사가 제일은행 부실채권을 매입하는데 2조1,000억원이 들어갔다. 그러고도 지난해 2조6,000억원이 넘는 순손실을 냈다. 여기에 이번에 다시 3조원을 더 넣어야 할 판이다. 모두 6조6,000억원을 쏟아붓게 되는 셈이다. 매각을 한답시고 정부가 부실은행의 부실을 더욱 키운 꼴이니 이럴바엔 애초에 퇴출시킨 것만 못하게 됐다. 소액주주는 또 억울한 피해를 당하지 않을 수 없게 되었다. 경영정상화를 위해서는 감자가 불가피한데 소액주주의 주식을 무상소각은 안하고 유상소각 또는 매수청구를 하더라도 제값을 받기란 가망이 없는 일이다. 그동안의 감자에 따른 피해가 적지않은 판에 거푸 피해를 입게 된 것이다. 사정이 달라진 만큼 협상을 원점에서 제대로 시작해야 마땅하다. BIS비율을 끌어올리는 비용을 정부가 모두 떠맡은 마당에 뉴브리지캐피털과의 시한이나 외부로부터의 압박 족쇄에서 자유스러워 졌다 할 것이다. 또 경제도 좋아졌고 대외신인도도 호전되었다. 약속은 지키되 시한에 쫓기거나 값싸게 매각해야 할 이유가 없다. 보다 유리한 조건으로 팔 수 있는 여유를 가져야 한다. 파는 것만이 능사는 아니다. 거래 기업이나 국민들의 부담,소액주주들의 피해를 줄이는 방안이 함께 고려되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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