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환은행과의 합병 이후 뚜렷한 성과가 없는 상황에서 공격적인 할인율을 제시한 게 독이 됐다. 이에 따라 자사주 매각을 통해 약 1,780억원 규모의 자금을 마련하려 했던 계획에 제동이 걸렸고 물량부담(오버행) 이슈가 부각되며 주가도 하락했다.
6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하나금융지주는 이날 새벽 국내외 기관투자가를 대상으로 자회사 외환은행을 통해 보유한 자사주 434만792주(1.5%)를 매각하려 했지만 협상에 실패했다. 수요조사 결과 매각 예정 주식 수의 80%인 350만여주 밖에 수요가 들어오지 않았다.
이번에 하나금융지주가 매각하려 했던 지분은 지난해 4월 외환은행과의 합병과정에서 주식교환을 통해 외환은행이 취득한 하나금융지주 지분이다. 총 1,270만여 중 지난해 840만주를 처분했고 현재 434만여주가 남아 있다.
증권업계는 하나금융지주가 지나치게 낮은 할인율을 제시한 점을 블록딜 실패의 원인으로 지적하고 있다. 하나금융지주는 이번에 매각가격으로 전날 종가 대비 1% 낮은 수준을 제시했다. 하지만 일부 미국계 기관투자가들이 2% 수준의 할인율을 요구해 합의점을 찾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최정욱 대신증권 연구원은 "외환은행과의 합병 이후 시너지 효과가 크게 나지 않는 상황에서 지나치게 낮은 할인율을 제시한 점이 블록딜 실패 원인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하나금융지주는 일단 매각을 철회하고 추후 일정을 잡아 지분 매각을 재개할 방침이다. 외환은행이 보유한 하나금융지주 주식은 합병 후 3년 내에 처분해야 한다.
이날 하나금융지주는 블록딜 실패에 따른 물량 부담 우려로 전날보다 0.36%(150원) 하락한 4만1,200원에 거래를 마쳤다. 최 연구원은 "잠재적인 물량 부담 이슈가 다시 부각됐기 때문에 주가 측면에서는 부담이 될 것"이라면서도 "하지만 이미 예견됐던 오버행 이슈였기 때문에 부정적 영향이 아주 크지는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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