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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이버·다음 등 정보기술(IT) 업체들을 회원사로 영입해 혁신적 변화의 기운을 충전하려 했던 전국경제인연합회의 시도가 출발부터 난항을 겪고 있다.
전경련은 11일 서울 여의도 전경련회관에서 2014년도 이사회를 개최하고 올해 회원가입을 신청한 54개사를 신규 회원으로 받아들이기로 결정했다. 이날 새로 전경련 회원사로 가입한 회사는 SM엔터테인먼트·YG엔터테인먼트·하나투어·삼일회계법인·삼정회계법인 등 서비스 분야 대표기업들과 스킨푸드·제너시스비비큐·SPC·스타벅스·패션그룹형지·다원디자인 등 각 분야의 대표기업들이다. 이들 기업 외에도 한미반도체·하나마이크론 등 중견 벤처기업과 벤처기업협회·한국여성벤처협회·한국IT서비스산업협회·전국은행연합회·한국여행업협회 등 비제조업 분야의 업종 단체도 신규 회원사로 가입했다.
그러나 영입에 가장 큰 공을 들였던 네이버와 다음은 전경련의 '러브콜'을 거부했다. 네이버와 다음 측은 "지난해 말 중견기업연합회에 이미 가입한 만큼 올해는 전경련에 참여하지 않고 중소기업과의 상생 활동을 할 것"이라며 "전경련 가입을 잠정 보류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해 재계에서는 전경련의 문호 확대가 헛구호에 그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대기업의 한 관계자는 "전경련은 대기업이 어떻게 사회발전에 공헌하고 일자리를 만드는지 등에 힘을 집중하는 것이 본연의 소임"이라며 "이렇게 벤처업체 회원 확대 등으로 외연확대에 헛힘을 쓰기보다는 당장 해야 할 핵심 역할에 역량을 집중하는 것이 좋겠다"고 지적했다. 또 다른 업계의 한 관계자는 "네이버·다음 등의 경우 전경련 가입이 자칫 다른 모양새로 비쳐지는 것을 걱정해 고사한 것 같다"며 "이는 거꾸로 전경련의 현재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고 말했다.
무분별한 회원사 확대 과정에서 대한상공회의소·중견기업연합회 등 다른 업종 단체의 반발도 예상된다. 재계의 한 관계자는 "외형적으로 문호를 확대했지만 의견수렴 등 여러 과정에서 다종·다양한 업계의 의견을 수렴하는 등 실질적 조치가 필요하다"며 "이것이 이뤄지지 않는다면 변신은 성공하기 힘들 것"이라고 지적했다.
다만 전경련의 '러브콜'에 고심 끝에 참여를 결정한 엔터테인먼트 업체들은 조심스럽게 기대감을 나타냈다.
SM엔터의 한 관계자는 "전경련 가입을 통해 SM의 글로벌 비즈니스의 본격적 성장에 따른 타 업종 기업들과의 교류, 나아가 신사업 논의나 정보교환 등의 시너지를 얻을 수 있다고 판단했다"고 가입배경을 밝혔다. 양민석 YG엔터 대표는 "엔터테인먼트 업계 최초로 전경련에 가입하게 됨으로써 엔터 산업군의 기반을 다지는 데 기여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한편 전경련은 오는 20일 총회를 열어 신규 회장단을 확정할 계획이다. 회장단도 폭넓은 의견 반영을 위해 종전 30대 그룹에서 50대 그룹으로 넓힌다는 방침이다. 전경련의 한 관계자는 "전경련은 설립 이후 대기업·제조업에서 벗어나 다양한 업종으로 문호를 넓혀왔다"며 "앞으로도 업종을 대표하는 중견기업들을 적극적으로 영입해 다양한 기업의 목소리를 반영해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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