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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X유럽 매각 강행땐 한국-프랑스 외교마찰 우려

佛 정부에 '거부권 보장' 이면계약 드러나

매각 쉽지않아 구조조정 험로

산업은행 주도로 새 주인 찾기에 나선 STX유럽의 자회사 STX프랑스가 지난 2008년 프랑스 정부의 지분참여를 대가로 STX의 보유지분 매각시 프랑스 정부에 비토권(거부권)을 부여하는 이면계약을 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STX가 STX유럽을 통해 STX프랑스(66.6%)를 지배하는 대주주지만 이는 명목일 뿐 실질적인 매각의 열쇠는 프랑스 정부가 쥐고 있다는 얘기다.

특히 프랑스 정부는 STX프랑스(생나제르 조선소)가 항공모함 등을 건조하는 핵심 방위산업 시설로 비토권을 적극 행사할 수밖에 없어 민간기업(STX) 구조조정을 놓고 정부 당국 간의 외교갈등을 초래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1일 금융당국과 산업은행·관련업계 등에 따르면 현재 매각절차가 진행되고 있는 STX프랑스가 프랑스 정부와 지난 2008년에 맺은 이면계약 문제가 해소되지 않을 경우 사실상 매각이 어려운 것으로 알려졌다.

STX프랑스는 STX핀란드와 함께 STX유럽의 자회사로 산은이 지난해 11월 유럽계 투자은행(IB)인 크레티드스위스(CS)를 매각주관사로 선정해 새 주인 찾기에 나서고 있다. 현재 STX프랑스의 최대주주는 지분 66.66%를 보유한 STX그룹이며 나머지 33.4%는 프랑스 정부가 가지고 있다. 업계에서는 STX가 보유한 지분 가치를 6,000억~7,000억원 정도로 추산하고 있다. STX 유럽 사정에 밝은 금융권의 한 관계자는 "STX프랑스(옛 STX프랑스크루즈)가 2008년 증자하는 과정에서 프랑스 정부가 해당 주식(33.4%)을 모두 인수했다"면서 "그 과정에서 양측이 STX 유럽법인이 보유한 지분을 팔 때 프랑스 정부에 우선매수권과 비토권을 보장한 이면계약을 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당시 글로벌 금융위기의 여파로 STX프랑스의 영업력도 크게 훼손된 상황이라 프랑스 정부가 이 같은 이면계약을 근거로 약 4,000억원의 자금지원에 나섰다는 것이다.

 실제 STX프랑스는 프랑스 국방전략 차원에서도 중요한 위치를 차지한다. 크루즈선과 페리선을 주로 건조하지만 항공모함 같은 대형군함을 건조하는 프랑스의 핵심 방산업체이기도 하다. 프랑스가 보유한 항공모함 샤를드골호도 이곳에서 건조됐다.



 조선업계의 한 관계자는 “제3자 매각시 프랑스 정부에 비토권이 있다는 것은 사실상 인수자를 정부가 마음대로 고를 수 있다는 것과 같다”면서 “프랑스 정부 입장에서는 많은 돈을 제시하는 업체보다 군함제조 기술 유출을 더욱 중요하게 생각할 수밖에 없어 매각이 쉽게 진행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전했다.

 그렇다고 프랑스 정부가 우선매수권을 활용해 STX프랑스를 다시 국유화할 계획도 없다.

 이미 지난해 5월 STX그룹의 구조조정이 가시화했을 때 노조를 중심으로 국영화 목소리가 나왔지만 프랑스 정부는 “지분 추가 인수 계획이 없다”는 뜻을 밝혔다. 급한 것은 산은이나 STX그룹으로 프랑스 정부는 비토권을 갖고 있어 여유가 있는 셈이다. 산은 입장에서는 STX프랑스 등 유럽법인 매각자금으로 STX조선·STX엔진 등 국내 계열사의 빚을 줄일 필요가 있다. 지난해 7월 말 실사 기준으로 STX유럽의 부채는 1조7,000억원 수준이며 이 중 STX조선 8,000억원, STX엔진 1,500억원으로 전체의 절반을 차지하고 있다.

 이 때문에 산은이 STX프랑스 매각을 강행할 경우 이면계약을 근거로 한 비토권을 둘러싸고 양국 간 외교마찰이 불거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금융권의 한 관계자는 “STX 측이 프랑스 정부를 상대로 한 이면계약이라 그동안 쉬쉬해왔을 것”이라면서 “하지만 STX프랑스 매각과정에서 자연스럽게 이면계약 문제가 불거질 수밖에 없고 빨리 팔아야 하는 산은과 이를 막으려는 프랑스 정부 간의 갈등이 커질 경우 외교마찰로 불거질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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