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계가 정부·정치권·노동계가 '3각 동맹'으로 펼치는 '근로시간 단축' 드라이브에 신음하고 있다. 최근 당정청이 설ㆍ추석 연휴에 대해서만 '대체휴일제'를 적용하기로 의견을 모은 가운데 정치권과 노동계가 확대 필요성을 잇따라 제기하고 있는 데 따른 것이다.
설상가상으로 9월 정기국회에서 논의될 노동 관련 법안 중 근로시간 단축 법안이 1순위로 통과될 가능성이 점쳐지면서 재계는 그야말로 사면초가에 내몰린 상황이다.
11일 한국경영자총협회 고위관계자는 "지난 6월 국회 때 논의조차 되지 못한 근로기준법 개정안은 9월 정기국회에서 다뤄질 여러 노동 관련 법안 중 가장 먼저 통과될 것으로 보인다"며 "사회 전반의 '근로시간 단축' 드라이브에 맞서 대체휴일제 확대는 총력을 다해 저지할 것"이라고 밝혔다.
우선 현재 국회에 계류된 근로시간 단축 법안이 통과될 경우 휴일근로가 연장근로에 포함되면서 주중 최대 근로시간(주말 포함)이 현행 68시간에서 52시간으로 줄어들게 된다.
이렇게 되면 특정 시기에 집중적인 연장 근로 수요가 발생하는 완성차·조선업체·식품제조업 등이 타격을 받는 것은 물론 만성적인 구인난에 시달리는 중소 영세 업체는 존폐의 위기에 내몰릴 가능성이 커진다. 게다가 생산성 향상 여부와 무관하게 각 사업장 노조는 기존 임금 보전을 요구할 것이 불 보듯 뻔하다.
경총 관계자는 "불황기에는 근로시간을 줄여 고용을 유지하는 대신 경기가 좋을 때는 연장근로 확대를 통해 수요에 대응하는 일본의 사례를 참고해야 한다"며 "휴일근로 제한은 필연적으로 우리 기업의 글로벌 경쟁력 약화로 이어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휴일근로의 연장근로 포함시 초래될 경제적 손실을 추산하는 작업을 하고 있다"고 전했다.
여기에 최근 당정청이 의견을 모은 대체휴일제 시행은 이 같은 근로시간 단축 드라이브에 기름을 부은 꼴이 됐다. 6일 당정청은 대통령령인 '관공서의 공휴일에 관한 규정'을 개정해 내년부터 설·추석 명절에 한해 대체휴일제를 시행하기로 했다.
우선 공공 부문이 직접적인 대상이지만 삼성·현대차·LG 등 20대 대기업그룹과 금융기관도 단체협약이나 취업규칙 등을 통해 관공서의 공휴일 규정을 따르고 있기 때문에 민간 부문에도 무리 없이 확산될 것으로 보인다.
이에 더해 노동계가 '근로시간 단축을 통한 여가 확보' 측면에서 대체휴일제를 명절뿐 아니라 모든 공휴일에 확대 적용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한국노총 관계자는 "현재 방안은 공휴일을 온전히 보장함으로써 국민 삶의 질을 개선하고자 하는 대체휴일제의 본래 취지를 퇴색시킨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 같은 비판이 제기되자 여야는 9월 정기국회에서 대체휴일제 확대 방안을 논의한다는 방침이다. 대체휴일제 확대와 근로시간 단축이 9월 국회에서 동시에 논의될 것으로 보인다.
앞서 재계는 명절 연휴에만 대체휴일제를 적용해도 앞으로 10년간 연평균 0.9일씩 공휴일이 증가해 연간 생산차질액이 7조6,673억원에 달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노동계의 주장대로 할 경우 연평균 공휴일이 1.9일씩 늘어 손실 규모가 무려 16조1,865억원까지 치솟을 것으로 전망된다.
배상근 전국경제인연합회 경제본부장은 "일요일과 공휴일을 합친 한국의 실질 공휴일은 68일로 미국·영국·독일 등의 선진국에 비해 6~8일이 많다"며 "대내외적 경제 위기가 이어지는 상황에서 국가 손실을 감안하지 않은 대체휴일 확대는 바람직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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