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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 中企 업그레이드] (2) 브랜드와 디자인을 육성하라

재생잉크토너 제조사 잉크테크(대표 정광춘)는 자체 브랜드 `잉크테크`로 세계 100여 개국에 재생잉크토너를 수출한다. 국내 재생잉크토너 업계 선두회사이며, 업계 최초로 코스닥시장에 등록해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이 같은 성공 뒤에는 정 사장의 뼈아픈 실패담이 있다. 정 사장은 잉크테크를 창업하기 전 필기류 수정액을 국내 최초로 개발했다. 지금은 `화이트`로 통하는 이 제품은 당시 국내에 소개되지도 않은 제품으로 폭발적인 성장성이 있었다. 하지만 기술력만을 믿었던 정 사장은 당시 `수정옥`이란 브랜드로 제품을 출시했다. 결과는 참패. 수정액의 이미지를 잘 살린 `화이트`는 승승장구를 거듭한 반면, 다소 `촌스러운` 느낌의 `수정옥`은 전혀 팔리지 않아 결국 사업을 접었다. 비싼 수업료를 지불한 정 사장은 새로운 사업을 시작하기 전 브랜드부터 정했다. 그것이 바로 `잉크테크`다. 자금력이 부족한 중소기업으로서 브랜드 마케팅을 효율적으로 하기 위해 사명과 제품명을 동일하게 정했고, 기존 재생잉크토너와 기술력이 차별화됐다는 점을 강조하기 위해 `테크`란 이름을 붙인 것. 지난해 2,300억원의 매출을 올리며 코스닥시장의 `황제주`로 등극한 MP3플레이어 선두회사 레인콤(대표 양덕준). 이 회사는 뛰어난 품질 외에도 디자인에 각별한 관심과 투자를 기울이고 있다. 레인콤은 지난 2002년 초 국내에서는 드물게 미국 실리콘밸리에서 활동하는 유명디자인전문회사 이노디자인과 디자이너브랜드 계약을 체결했다. 디자이너브랜드 계약이란제품의 판매상황에 따라 일정액의 로열티를 지불하는 방식이다. 레인콤은 2001년까지만 해도 매출이 530억원에 불과한 `그저그런` 벤처기업이었고, 당시 이노디자인은 그야말로 세계적으로 인정 받는 `잘 나가는`디자인 전문회사였다. 양 사장은 “기능과 미적감각을 조화시키기 위해서는 디자인이 매우 중요했고, 유명 디자인전문회사의 도움을 받기 위해 파격적인 조건의 계약을 체결했다”고 설명했다. 자금력과 인력이 부족한 중소기업이 브랜드와 디자인을 육성하기는 쉽지 않다. 하지만 브랜드와 디자인 없이는 고부가가치 창출은 불가능한 것도 주지의 사실이다. `나이키`의 운동화와 재래시장에서 판매되는 보통 운동화와는 수 십 배의 가격 차이가 난다. 단지 `나이키`라는 하키스틱 모양의 로고 하나만으로 폭리를 취하고 있다고 불평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 “별것 아닌” 나이키의 로고에는 회사의 운명을 건 전폭적인 투자와 끊임없는 관심이 있다는 걸 잊지 말아야 한다. <김민형기자 kmh204@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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