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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체없는 「금융회사」(갈길 못찾는 파이낸스 이대로 좋은가)
입력1997-04-08 00:00:00
수정
1997.04.08 00:00:00
이기형 기자
◎업체 난립… 갯수도 파악안돼/전국 1,000여사 추정 얼굴없는 회사 허다/정부 조사·감독 없어 변칙금융 등 부작용금융이 산업의 혈맥이라면 파이낸스(또는 팩토링) 회사들은 모세혈관이라 할 수 있다. 파이낸스사들이 우리 산업과 경제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는 중요한 기관으로 자리잡아 가고 있지만 정부차원의 조사.감독.통제기능은 거의 전무한 실정이다. 파이낸스사에 대한 실체파악과 이들의 기능, 감독.관리방향 등에 대해 짚어 보는 것은 만시지탄이나 반드시 해야 할 작업이다.<편집자주>
파이낸스사에 대한 세부정보를 얻을 수 있는 곳은 어디에도 없다. 파이낸스업계 내부에서도 마찬가지다. 떠도는 소문속에 자리잡고 있고 또 소문속으로 사라진다.
파이낸스(팩토링)사는 5천만원 이상의 자본금만 있으면 설립이 가능한 상법상의 회사다. 정부는 파이낸스사들이 자기의 책임하에 여신업무만을 하기때문에 아무런 규제나 통제를 가하지 않고 있다. 하지만 문제는 파이낸스회사가 가지고 있는 금융기관적 성격이다.
『파이낸스사들이 삼미그룹부도이후 대대적인 자금회수에 나서 자금압박을 받고 있다』. 중견업체 자금부 관계자의 말이다. 그는 『이를 막기위해 단기간에 5백억원이상의 자금을 구해야 하는데…』라며 말끝을 흐렸다. 흑자도산의 위험이 다가오고 있는 것이다. 자금시장에서는 최근 파이낸스사에 대한 규제가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어느 때보다도 높다.
이같은 부작용을 어떻게 해소해야하는지 나름대로 머리를 모아보지만 파이낸스사가 몇개나 되는지에 대한 물음에서부터 막혀버리고 만다. 무엇인가를 고치고 손대야 하는데 아무런 조치도 할 수 없는 상황이다.
파이낸스업계의 한 관계자는 『파이낸스사들이 몇개나 되는지 알고 싶지만 어디에서도 그런 자료를 얻을 수 없다』며 『현재로서는 전화번호부가 가장 좋은 현황파악자료』라고 개탄했다.
전화번호부를 보면 파이낸스 또는 팩토링 간판을 붙이고 서울에 소재한 회사들은 50개사를 넘어선다. 명동에는 상호가 같은 회사도 부지기수다. 제도권에서 금융업을 영위하는 기업들은 상호에 있어서도 정부의 통제를 받지만 이들 업체들에 대해서는 아무런 손이 미치지 않고 있다.
파이낸스 간판을 달고 있는 회사가 전국에 6백여개를 넘어서고 있다는게 금융계의 일반적인 시각이다. 하지만 이 뿐만이 아니다. 할부금융, 투자금융, 개발금융 등의 간판을 달고 팩토링업을 하는 회사들까지 치면 1천여개를 넘고 있는 것으로 추산된다. 남대문시장, 동대문시장, 용산전자상가 등 시장주변을 중심으로 이런 종류의 파이낸스사들이 많다.
또 회사는 설립해두고 간판과 사무실이 없는 파이낸스사도 있다. 제조업체의 자금부에서 파이낸스회사를 만들어 하청업체의 어음을 할인하는 경우가 이에 속한다. 자금부에서 파이낸스업무도 수행하고 있는 것이다. 이 때문에 변칙자금조달의 개연성이 어느 곳보다도 높다.
금융계 관계자들은 파이낸스회사가 상법상의 회사라고하지만 실물경제에 막대한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정부에서 책임의식을 가지고 접근해야 한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이기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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