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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몸 담고 있던 공간이 없어질 수 있다는 데 누가 목숨을 걸고 일하지 않겠습니까. 직원이나 대리점 사장님 모두 ‘죽기 아니면 까무러치기’라는 각오로 3년을 버텼습니다.” 대표적인 교복 브랜드인 ‘엘리트’를 만드는 ㈜에리트베이직의 홍종순(51) 대표는 분사 이후 숨가쁘게 달려 왔던 지난 시간을 이제는 담담하게 회고한다. 에리트베이직의 모태는 삼성그룹 제일합섬으로 지난 96년 새한그룹이 분가하면서 ㈜새한으로 사명이 바뀌었다. 이후 워크아웃 채권단이 연간 50억원의 적자를 내던 의류사업부를 정리키로 함에 따라 2002년 6월 종업원지주회사(자본금 8억여원) 형태로 분사하면서 에리트베이직이 탄생했다. 특수사업본부장이었던 홍 대표가 퇴직금과 집을 팔아 마련한 2억여원, 교복ㆍ패션사업을 전담하던 45명이 십시일반 모은 돈으로 첫 출발을 했고 이후 유니폼팀이 합류했다. 회사 모양새는 갖췄지만 당장 수익을 내야 하는 게 1차 목표. 홍 대표는 유동성 확보가 최우선 과제라고 판단, 대리점 사장들을 불러 ‘본사가 살아남아야 엘리트 학생복을 팔고 있는 대리점도 살 수 있다’며 선수금 30%를 본사에 내놓으라고 ‘억지’를 썼다. 원래 현금이 들어오는 시기는 동복과 하복 출하시점인 2월과 5월부터. 다행히 그 해 10월부터 석달에 걸쳐 10%씩 총 30%의 선수금이 들어와 경영에 전념할 수 있었다. 에리트베이직은 교복 브랜드 ‘엘리트’를 비롯해 스포츠 의류 브랜드 ‘리클라이브’, 작업복 및 기업체 유니폼 ‘윌비’, 1318 캐릭터 ‘쁘아루아’ 등으로 사업을 다각화, 패션전문기업으로 도약을 꿈꾸고 있다. 특히 분사 이후 3년 동안 흑자 성장(매출 및 경상이익 2003년 515억원과 2억5,300만원, 2004년 631억원과 20억원, 올해 720억원과 73억원 목표)을 거듭했다. 올해 4월에는 분사 당시 부채 100여억원도 완전히 정리했다. 홍 대표는 함께 일으킨 회사인 만큼 직원들과 성과를 나눈다는 뜻에서 매년 200~400%씩 인센티브를 주고 있다. 매월 첫 날에 열리는 전체회의에서는 회사의 현금 흐름을 공개하고 한 달에 한 번씩 ‘호프데이’를 열어 하나되는 문화를 만들고 있다. 홍 대표는 “직원들이 매일 야근을 하면서도 불평 한 마디 없이 회사의 미래를 같이 고민해 왔다는 사실에 항상 감사한다”며 “올해 성과도 좋을 것으로 기대되는 만큼 연말에는 배당도 하고 분사 이후 들어온 직원들에게 주식도 나눠줄 것”이라고 환하게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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