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페이스북은 오는 18일 상장을 앞두고 기업공개 공모가격을 기존 주당 28~35달러에서 34~38달러로 올렸다. 공모 물량을 채우고도 남을 만큼 청약 신청이 이어지면서 몸값이 더욱 올라간 것이다. 그러나 정작 국내 운용ㆍ증권사 등 기관들은 “소문난 잔치지만 우리가 먹을 것은 없다”는 입장이다. 국내 공모주 청약이 청약수량과 경쟁률에 비례해 배정받는 방식이라면 미국은 주관사와 장기 거래를 해 왔거나 청약 물량이 많은 기관 위주로 물량을 배정한다. 사실상 규모나 네임 밸류가 있는 글로벌 금융회사들이 주 대상이 되는 것이다. 이렇다 보니 국내 운용사를 비롯한 기관들은 공모에 참여해도 배정을 아예 못 받거나 받아봐야 물량이 얼마 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국내 기업 대비 투자 매력이 생각보다 크지 않다는 지적도 있다. 최근 발표한 1ㆍ4분기 실적이 부진한 상황에서 주당 최대 38달러를 내고 '과열 현상'에 불씨를 더할 이유가 없다는 것이다. 청약 참여를 고민중인 한 운용사 관계자는 "성장 동력을 고려해도 현재 청약 경쟁을 지나치게 과열된 측면이 있다"며 "청약에 관심 있는 일부 운용사를 제외하고 상당수 증권사나 기관들은 페이스북 상장 성공 시 수혜를 볼 수 있는 국내 종목 쪽으로 눈을 돌리고 있다"고 전했다.
상황은 한국뿐만 아니라 아시아 주요 국가도 마찬가지다. 홍콩의 한 펀드매니저는 "유럽이나 미국에서 페이스북 청약에 대해 큰 관심이 언론으로 조명되고 있는 데에 반해 아시아 기관들 사이에서는 큰 인기가 있지 않다"며 "중국이나 인도 등 아시아에도 페이스북과 유사한 비즈니스모델을 가진 IT 기업 등 대체 투자처가 있기 때문"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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