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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상력과 현실

우리민족의 의식속에는 현실중시의 뿌리가 깊게 내려져 있다. 현실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태도는 당연하고도 올바르다. 단지 현실중시태도의 근원과 그 시야에 대한 반성과 고찰이 함께해야 한다는 생각이다.가령 강대하여 오랫동안 이웃의 다른민족을 지배해오던 민족의 현실중시태도 와 약소하여 오랫동안 다른민족에게 지배를 당해오던 민족의 현실중시태도는 그 성질에 차이가 있을 것이다. 단적으로 말해서 강대한 민족 또는 국민의 현실주의는 적극적이고 공격적이고 팽창 지향적이랄 수 있고, 약소한 민족 또는 국민의 현실주의는 소극적이고 방어적이고 폐쇄적이랄 수가 있다. 우리 민족의 현실주의는 아무래도 후자에 가깝다. 오랜 역사속에서 우리민족은 이웃의 강대한 민족과 악착스러운 민족사이에 끼어 지배와 침략에 시달려왔다. 우리민족의 집단무의식 속에는 피란 다니며 내식구 내 한 목숨 살아남기에 급급하던 기억이 녹아 들어 있으며 난리가 가라앉은 뒤에는 내식구 내 한몸 「입에 풀칠하기」 위해 급급하던 기억이 녹아 들어있다. 상상력이 뿌리를 내리고 줄기와 가지를 뻗기 어려운 토양이다. 『헛소리 말고 네 앞가림이나 제대로 할 생각해라』는 어른들의 꾸지람을 들으며 자란 기억을 지닌 사람들이 아직도 부지기 수일 것이다. 상상력이 전기와 비행기와 로켓과 컴퓨터를 만들어냈다. 상상력이 식량의 생산증가를 이루어냈다. 상상력이 지배를 거부하고 침략을 막아내는 강대함을 이루어낸다. 이제 우리사회에도 그런 인식의 공감대가 조성되고 있다. 그러나 아직 멀었다. 그 위대한 상상력을 전문으로 하는 분야가 문화예술임을 우리사회는 깊이 인식하지 못하고 있다. 그리고 문화예술적인 상상력이 과학과 경제와 정치에도 깊이 연결되어 있다는 엄연한 사실은 더욱 모르고 있는 것이다. 지도층 인사들은 빨리 깨달아야 한다. <유재용 소설가.송파문화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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