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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뱅크 코리아 금융영토를 넓혀라] <1>은행권 빅뱅이 온다

"M&A로 몸집 키우고 내실 다져 세계무대 도약 준비를"<br>대형 매물 줄줄이 대기… 새판 짜기 급물살<br>지주사들 시너지위해 비은행 자회사 확보전<br>내년 새 규제체계 도입을 체질개선 기회로


제프리 가튼 전 예일대 경영대학장을 비롯한 대부분의 금융전문가들은 "금융위기로 금융 중심지가 서양에서 아시아로 이동하는 '메이저 시프트'가 일어나고 있다"고 말한다. 하지만 싱가포르ㆍ홍콩ㆍ일본 등 아시아 경쟁국과 달리 우리 금융산업의 글로벌 위상은 초라하기 이를 데 없다. 더구나 국내외 금융시장의 패러다임과 판도 변화가 예상되면서 우리 금융산업이 또 한번 시험대에 오를 것으로 보인다. 만약 은행권이 이번 환경변화를 도약의 기회로 삼지 않는 다면 우리 금융산업의 미래는 어두울 수밖에 없다. 경제의 실핏줄인 은행권이 금융영토를 넓히고 글로벌 금융리더로 성장할 수 있는 방안을 5회에 걸쳐 제시한다. "삼성전자·LG전자·현대자동차 등 한국의 수출기업들이 세계시장 점유율을 높여 해외 경쟁 기업들에 비해 유리한 위치를 선점했다." 지난 8월19일자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의 평가다. 국내 제조업들이 글로벌 금융위기를 기회로 활용해 도약에 성공했다는 것이다. 이에 비해 우리 금융산업의 위치는 어떨까. 10월8일 세계경제포럼(WEF)이 주요 55개국을 대상으로 실시한 금융발달지수(FDI)에 따르면 한국 순위는 23위로 지난해 19위보다 오히려 4계단 떨어졌다. 반면 같은 아시아 경쟁국인 싱가포르는 지난해 10위에서 4위로 뛰었고 홍콩(5위)과 일본(9위)도 10위권 안에 들었다. 금융의 맏형인 은행권이 금융위기 때 수비에만 급급해 전체 경제규모에 걸맞은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는 셈이다. 특히 내년에는 개별 은행의 성적표가 적나라하게 드러날 것으로 보인다. 인수합병(M&A)을 통한 금융권의 새 판 짜기가 급물살을 타고 있기 때문이다. 더구나 전세계적인 금융규제 강화, 상업투자은행(CIB) 모델의 급부상, 출구전략의 시행 및 중소기업 대출 부실화 가능성 등 위기와 기회 요인이 상존하고 있는 상황이다. 각 금융사의 대응 전략에 따라 아시아 지역의 금융챔피언으로 거듭날지, 고만고만한 중형 은행그룹으로 남을지 좌우될 것이라는 뜻이다. ◇은행권 빅뱅의 서막이 오르다=세계적인 경영 컨설팅 기업인 맥킨지의 도미니크 바턴 회장은 최근 서울 국제금융콘퍼런스에서 "한국 금융 분야에서 삼성ㆍLGㆍ현대와 같은 글로벌 브랜드가 나오지 못할 이유가 전혀 없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한국에서도 5년 안에 아시아를 거점으로 활동하는 거대 금융사가 나올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 같은 전망의 핵심 근거는 바로 M&A를 통한 대형화다. 이미 외환은행이 시장에 나왔고 우리금융·산은지주 등 국책은행들도 민영화를 기다리고 있다. 이병윤 금융연구원 연구위원은 "현재 4대 은행 가운데 M&A에 성공하는 은행 1~2개는 초대형 은행으로 리딩뱅크가 될 뿐만 아니라 활동 영역도 국제무대로 넓혀갈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 같은 은행 간 인수전과 함께 보험·증권 등 비은행 자회사 확보를 위한 은행지주회사들의 경쟁도 더 치열해질 것으로 보인다. KB금융 등은 비은행 금융회사에 대한 M&A 의지를 숨기지 않고 있다. 또 지주회사 내 업무 다각화나 은행·증권·보험 등 자회사 간 시너지 극대화도 내년 금융권의 판도변화를 이끌 것으로 전망된다. 박현수 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은 "금융위기 이후 투자은행(IB) 모델이 쇠퇴하면서 안정성이 우선인 상업은행과 건전한 경쟁력을 갖춘 IB를 결합한 CIB 모델이 정착되는지가 은행 지주사들의 성공 여부를 판가름할 것"이라고 말했다. ◇건전성 강화 등 내부 개혁도 시급=M&A를 통한 덩치 불리기와 함께 수익성 확보 등 내실 다지기도 은행권의 사활적인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글로벌 금융규제, 출구전략의 점진적 시행, 자본시장법 시행 등 만만치 않은 극복 과제들이 대기하고 있는데다 내년 본격적인 경기회복 여부도 불투명하기 때문이다. 우선 주요20개국(G20)을 중심으로 전세계 각국이 시장 자율을 중시하던 감독 원칙을 바꿔 금융 투명성과 자본 규제를 강화하고 있는 게 부담 요인이다. 이 같은 조치들은 내년 말 가시화될 것으로 보여 은행의 자산 성장둔화와 수익성 악화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내년 경기회복도 양날의 칼이다. 기본적으로는 수익성 개선 요인이지만 출구전략이 본격화되면 정부 지원으로 연명하던 중소기업들이 퇴출될 수 있고 금리인상으로 가계 대출이 부실화될 수 있기 때문이다. 또 미국이 기준금리를 인상할 경우 달러캐리트레이드 자금이 일시에 빠져나갈 수도 있다. 이 연구위원은 "내년에는 국제적으로 새로운 규제 체계가 도입되고 M&A가 화두가 되면서 시장구조가 바뀔 가능성이 높다"며 "이 같은 변화를 체질 개선의 기회로 삼아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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