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로화가 반등하면서 원화를 비롯한 이머징국가 통화 가치도 상승했다. 유로존 위기가 터진 후 유로화와 동반 약세를 나타냈던 원화가 앞으로도 행보를 같이할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10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ㆍ달러 환율은 전 거래일보다 23원30전 급락한 1,132원10전에 거래를 마쳤다. EU 재무장관회의에서 대규모 유로존 재정안전망을 구축하겠다는 소식에 금융시장이 안정되면서 환율도 가파르게 하락세로 돌아섰다. 유로화가 반등하면서 역외세력은 이날 서울 외환시장에서도 달러 매도세로 돌아서며 환율 하락을 이끌었다. 주식시장에서는 여전이 외국인들이 '팔자' 우위를 나타냈으나 매도 규모가 줄어들면서 환시장 영향력을 줄였다. 이날 환율은 전 거래일보다 10원40전 내린 1,145원으로 시작해 장중 한때 1,127원80전까지 내려갔지만 1,130원대 초반에서 거래를 마쳤다. 남유럽발 재정위기 확산으로 지난 6일과 7일 이틀 만에 39원90전 올랐으나 이날 하루 동안 절반이 빠진 셈이다. 그동안 동반 약세를 보였던 아시아 통화들도 동반 반등했다. 인도ㆍ태국ㆍ대만 통화들이 달러 대비 강세를 띠었다. 지난주 말 뉴욕시장에서 1.27달러선까지 반등했던 유로화는 이날 아시아장에서 1.29달러선까지 추가로 올라섰다. 유로화는 지난해 말만 해도 1.5달러선을 넘어섰으나 유로존 재정 문제가 불거지면서 내리막을 걸어왔다. 그리스 재정위기가 남유럽ㆍ영국에까지 번질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면서 6일에는 1.26달러선까지 하락했다. 앞으로 원화와 유로화의 동조가 이어질 것인지, 아니면 제 갈 길을 갈 것인지는 좀더 지켜봐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유로존 위기가 본격적으로 불거지기 전만해도 원화와 유로화는 별개의 움직임을 보였다. 유로화는 연말 이후 꾸준히 하락한 데 반해 경제 회복세가 빠른 아시아국가와 상품(원자재)보유국가의 통화는 강세를 나타냈다. 글로벌 투자자들이 약세를 보였던 유로화와 엔화 대신 상품통화와 이머징 통화를 대안 투자처로 여겨왔기 때문이다. 금융시장이 흔들리면서 일시적으로 아시아ㆍ상품통화도 흔들리긴 했으나 시장이 다시 안정된다면 '디커플링'이 일어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정경팔 외환선물 팀장은 "재정위기 문제를 쉽게 해결할 수 없는 상황에서 유로화 유동성이 지속적으로 공급되면 결국 장기적으로 유로화는 약세로 갈 수밖에 없다"며 "반면 불안심리가 안정되면 유로화와 엔화의 대한 투자처로서 이머징국가 및 상품수출국 통화가 유로화 움직임과 상관없이 강세로 갈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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