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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년 넘게 롯데그룹에서 '신격호 총괄회장의 남자'로 불린 김성회(72) 전무가 자리에서 물러났다. 김 전무는 그룹 비서실장으로서 신격호 롯데그룹 총괄회장의 일거수일투족을 보좌해왔으며 그만큼 그룹 내에서의 위상도 상당했던 인물이다.
하지만 최근 롯데 일가의 경영권 분쟁과 함께 자리를 내주게 됐다. 최근 한일 롯데를 장악한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원톱 체제' 강화에 나선 와중에 밀려났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신격호 총괄회장과 신동빈 회장 간의 갈등 관계에 김 전무도 속절없이 떠나게 됐다는 것이다.
롯데그룹은 지난 24년간 롯데그룹 비서실장을 맡아온 김 전무가 사임했다고 12일 밝혔다. 후임으로는 이일민(56) 전무가 11일자로 발령받았다. 롯데 측은 "김 전무도 나이가 많은 편이다 보니 그동안 건강상의 이유로 사의를 표명해왔다"고 설명했다.
롯데제과 연구원 출신인 김 전무는 롯데제과 일본 주재원, 롯데리아 이사 등을 거쳐 지난 1991년부터 비서실에서 신격호 총괄회장을 보좌해왔다.
신격호 총괄회장이 백화점 등의 사업장을 예고 없이 방문할 때 김 전무만을 대동할 만큼 가장 가까운 인물이다. 2011년까지 신격호 총괄회장이 한국과 일본을 오가며 '셔틀경영'을 할 때도 그는 빠짐없이 동행했다.
김 전무가 그룹에서 차지하는 위치도 절대적이었다.
2000년대 중반까지만 해도 신격호 총괄회장을 대신해 계열사 사장들을 소집, 총괄회장의 지시사항을 전달할 정도였다. 하지만 이후 신동빈 회장 측근인 황각규 사장 등이 부상하면서 역할이 축소됐다.
김 전무는 2013년 신격호 총괄회장이 고관절 수술을 받은 후 거동이 어려워지자 신격호 총괄회장의 집무실에서 거의 하루 종일 붙어있다시피 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때문에 신동주·신동빈 형제의 경영권 분쟁에 관한 핵심 내용을 파악하고 있을 것으로 추정된다.
하지만 그동안 신격호 총괄회장의 그림자로 살아왔던 만큼 이후에도 김 전무가 롯데의 경영권 분쟁에 대해 입을 열 가능성은 낮은 것으로 추정된다.
롯데 측은 "김 전무가 불면증과 고령으로 인한 심신 쇠약으로 신격호 총괄회장에게 간청하다시피 사임을 요청해왔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재계에서는 신동빈 회장이 아버지를 견제하기 위한 전략적 인사에 나섰단 관측도 제기된다. 그는 11일 대국민 사과에서도 한일 롯데를 장악하고 원톱 체제를 강화하겠다는 의지를 표명한 바 있다. 이일민 전무는 롯데백화점에서 해외 사업을 주로 담당한 인물로 신동빈 회장 측 인사로 분류돼왔다. 이 전무는 2008년부터 비서실에서 근무하며 신동빈 회장을 보좌해왔다. 한 재계의 관계자는 "그룹 총수로서의 자리를 굳히려고 하는 신동빈 회장으로서는 자연스런 행보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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