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입자동차를 바라보는 국민적 인식이 변화하면서 '공무원=쏘나타'라는 공식은 옛말이 됐다. 특히 이 두드러졌다. 그동안 국산차와 수입차의 가격 차이가 크게 줄어든데다 "여유가 있으면 누구나 탈 수 있는 것 아니냐"는 사회적 분위가 조성된 영향이다. 다만 '국산차를 타는 것이 애국'이라는 인식이 깨졌음에도 "공직자가 수입차를 모는 것은 보기 좋지 않다"는 의견이 여전히 많다.
30일 서울경제신문이 공직자윤리위원회가 발표한 공직자 재산등록현황을 전수조사한 결과 중앙정부 및 유관기관 58곳, 717명 중 본인이나 배우자·자녀 이름으로 외제차를 보유하고 있다고 밝힌 공직자는 77명, 보유 대수는 90대로 집계됐다. 전체 재산공개 대상자 10명 중 1명(10.7%)이 외제차를 1대 이상 보유하고 있는 셈이다. 이는 지난해 말 기준 전체 자동차 등록 대수 가운데 외제차가 차지하는 비중인 5.5%의 두 배 수준이다.
전체적으로 보면 정부부처 장차관이나 직업공무원보다는 산하 기관장이나 연구원장이 수입자동차를 보유한 경우가 많았다. 김경환 국토연구원장이 2012년식 미니쿠퍼와 2003년식 볼보S60를, 이일형 대외경제정책연구원이 2009년식 도요타 RAV4를 보유하고 있다. 이 밖에 홍기택 산업은행장이 벤츠E350, 정민근 미래부 한국연구재단 이사장이 2007년식 BMW328i, 조광래 항공우주연구원장이 2010년식 벤츠C300을 각각 본인 명의로 신고했다.
또 본인은 국산차를 이용하지만 배우자가 수입차를 모는 경우도 적지 않았다. 정종섭 행정자치부 장관 배우자는 2012년식 벤츠C200을 몰고 있고 기재부의 경우 주형환 1차관과 방문규 2차관 모두 배우자 명의로 렉서스ES를 신고했다. 이밖에 백구섭 행자부 평안북도지사 배우자가 벤츠E280을, 문형표 보건복지부 장관의 배우자는 닛산알티마를 몰고 있다.
자녀들의 경우 중·소형 수입차를 보유한 경우가 많았다. 최경환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장남이 2013년식 미니쿠퍼S컨트리를 보유하고 있다고 밝혔고 이현주 외교부 주오사카총영사는 장녀 명의로 2013년식 BMW328i를 신고했다.
전체 공직자 중 가장 비싼차를 보유한 인사는 한석수 교육부 대학정책실장. 한 실장은 배기량4,700㏄의 2010년식 마세라티 콰트로포르테를 본인 명의로 신고했다. 신고 가격은 6,630만원으로 감가상각이 반영됐지만 신차 가격은 1억3,900만~2억원을 호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공직자 가족의 브랜드 선호도는 일반 국민과 마찬가지로 벤츠·BMW 등 독일차가 높았다.
부처별로는 청와대와 문화체육관광부의 수입차 사랑이 특히 두드러졌다. 권오창 전 청와대 공직기강비서관이 2012년식 폭스바겐 승용차를 몰았고 김학준 전 민원비서관은 배기량 3,500㏄의 벤츠CLS를 신고했다. 현직의 경우 민경욱 대변인이 벤츠C240, 김규현 국가안보실 제1차장이 도요타 캠리를 각각 몰고 있다. 문체부에서는 김종덕 장관이 2005년식 벤츠E클래스를 보유하고 있고 김종 2차관은 렉서스RX350프리미엄 오너다.
외교부에도 수입차를 보유한 인사가 많았다. 최종문 전 한·아세안 특별정상회담 준비기획단장이 인피니티SUV를 몰고 있고 조경원 주 이라크대사와 김영록 한국국제협력단 이사장이 각각 볼보XC60, 벤츠S320을 보유하고 있다. 이는 해외 근무가 많은 외교관은 통상 현지에서 구매한 차량을 우리나라로 복귀시 가져오는 경우가 많은 때문인 것으로 해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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