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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새누리당 대선 후보가 지난달 관훈클럽 강연에서 국책사업을 다음 정권으로 넘겨야 한다고 밝히면서 질척거렸던 주요 국책사업들이 공교롭게도 대선 후보 확정 이틀 만에 사실상 올스톱됐다. 인천공항 지분매각, 산은금융지주 민영화, 수서발 KTX 운영권에 대한 민간사업자 선정 등 핵심 국책사업들이 정치권의 반대에 부딪히면서 연내 통과가 힘들 것으로 보인다. 정부가 야심 차게 추진해온 공공기관 선진화 정책이 레임덕 현상과 맞물려 흐지부지되는 모양새다.
22일 기획재정부와 국토해양부 등에 따르면 정부는 인천공항 지분 매각을 위한 법 개정안을 이번 9월 정기국회에 제출하지 않는 것으로 확인됐다. 연말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정치권과 힘겨루기를 해봐야 이득이 될게 없다는 판단에서다.
국토부의 한 관계자는 "인천공항 지분 매각은 법 개정이 필요한 사안인데 정치권과 국회의 동의를 얻는 과정에서 난항이 커 개정안 제출이 쉽지 않은 상황"이라고 말했다. 지난달 19대 국회 들어 처음 열린 기획재정위원회에서 박재완 재정부 장관이 "경영 효율화를 위해 반드시 필요한 사항"이라며 인천공항 지분 매각에 대한 추진 의사를 거듭 밝지만 주무부처인 국토부는 여야를 막론한 의원들의 반대로 난색을 표하고 있다. 물론 재정부는 의원입법을 통해서라도 추진할 계획이지만 정치권의 반대가 워낙 커 연내 국회 통과는 요원해 보인다.
인천공항 지분 매각과 달리 법 개정이 필요 없는 수서발 KTX 경쟁체제 도입도 '산 넘어 산'이기는 마찬가지다. 국토부는 상반기 중 민간 사업자를 선정한다는 방침을 세웠지만 여당과 시민단체들의 반발에 부딪혀 지난 4월 이를 철회했다. 국토부는 사업자 선정을 차기 정부의 몫으로 넘기고 하반기 중에 사업제안요청서 공고만이라도 낼 계획이었으나 이 역시 미지수다. 대선 이후 들어설 차기 정권의 성향이나 여론의 향배에 따라 정책 자체가 폐기될 것이라는 전망도 흘러나오고 있다.
올해 증시 상장을 목표로 한 산은금융지주 민영화 작업도 지지부진하다. 정부는 6월 초 국회에 제출한 채권 지급보증 동의안이 야당의 강한 반대와 여당의 소극적인 태도로 국회통과가 어려울 것으로 보고 있다. 채권 지급 보증 동의안이 국회를 통과하지 못하면 산은금융은 상장 절차를 진행할 수 없다. 이렇게 되면 민영화 자체가 사실상 중단되고 농협금융지주에 대한 5,000억원 현물출자도 어려워진다. 정치권에선 산은금융 민영화에 대해 재검토하자는 의견까지 나오고 있다.
정부의 한 관계자는 "인천공항과 산은금융 민영화, KTX 운영권 민간참여 등에 대해 반대 여론이 높아졌다"며 "다음 정부에서 재검토하자는 의견까지 나오고 있어 정책 자체가 폐기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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