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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한해 김밥 시장에는 프리미엄 바람이 거세게 불었다. 기존 한 줄당 1,300∼2,000원대 가격으로 저렴하게 즐겼던 김밥은 고급스러운 외피를 입고 한 줄당 3,000∼4,000원대 프리미엄 김밥으로 변모했다. 값은 상대적으로 비싸지만 꽉 찬 속 재료와 풍부한 내용물로 맛도 훨씬 뛰어나 많은 이들이 즐겨 찾게 됐다. 프리미엄 김밥집이 부상하자 외식 프랜차이즈들도 저마다 프리미엄 김밥 출시에 나섰다. 분식점 브랜드로 잘 알려진 '아딸'도 자매브랜드로 '가마솥 김밥'을 출시, 지난 7월 서울 송파구 지하철 2호선 신천역 인근에 첫 직영 매장을 열었다.
지난 17일 가마솥 김밥 1호 매장에서 브랜드 개발을 총괄한 이준수(41·사진) 이사를 만나 후발 주자로 프리미엄 김밥 시장에 발을 내디딘 이유와 포부, 예비 창업자들을 위한 몇 가지 조언을 들어봤다.
이 이사가 가마솥김밥 메뉴 개발 등에 착수한 건 지난해 여름이다. 지난 3월께 브랜드 출시를 위한 모든 과정을 마쳤지만 온 국민의 마음을 비통하게 했던 '세월호' 참사가 터졌다. 브랜드 출시는 자연히 늦춰질 수 밖에 없었다. 당초 계획보다 3개월 이상 늦춰 지난 7월 서울 송파구 올림픽로 일대에 직영 1호 매장을 열게 됐다. '바르다 김선생' '고봉민 김밥人(인)' 등 이미 프리미엄 김밥 시장의 경쟁이 한창 달아올랐을 때라 이 이사는 '차별화를 어디에 둘 것인가'로 고민이 많았다고 했다.
"대부분의 프리미엄 김밥은 크기와 속재료의 양, 재료의 원산지가 일반 김밥보다 상대적으로 더 뛰어나다는 공통 분모를 갖고 있었죠. 이 세 가지 요소는 당연히 충족해야 하는 것이고, 새 브랜드를 내놓으려면 추가적으로 뭔가 다른 요소가 필요했습니다. 김밥의 가장 기본이자 주재료라 할 수 있는 '쌀' 즉 '밥'에 관심을 가졌습니다. 품질 좋은 쌀을 매장에서 즉석 도정 해 쌀눈쌀(쌀눈이 살아있는)로 만들어 옛 전통 방식 그대로 가마솥에서 고슬고슬한 밥을 지으면 또 다른 강점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판단했습니다."
가마솥김밥이 사용하는 가마솥도 남다르다. 경기도 무형 문화재 45호 김성태 주물장이 만든 그야말로 전통 가마솥이다. 가마솥에 밥을 하는 과정 자체에 가맹점 운영을 생각하는 예비 창업주들이 지레 겁을 먹을 법도 한데, 가마솥 자체만 전통 기법으로 제조된 것일 뿐 모든 것이 자동화 돼 있어 누구나 쉽게 조리가 가능하다는 게 이 이사의 설명이다.
그는 "가마솥의 장점만 따 왔을 뿐, 모든 밥 짓는 과정이 버튼 하나 누르면 자동으로 이뤄지는 구조를 갖췄다"며 "뿐만 아니라 속 재료를 일정 크기로 즉석에서 보기 좋게 자를 수 있는 커팅 시스템도 갖춰 창업자들의 큰 애로사항은 없다"고 말했다.
가마솥김밥은 42.9㎡(13평) 이상 크기의 매장에 한해 점포 임대 비용을 제외하고 7,000만∼1억원 사이의 창업 비용이 든다. 이 이사는 "브랜드 신뢰도를 초기에 탄탄히 구축하고 가맹점주의 안정적인 수익을 보장하기 위해 교육 부문에 특별히 더 많은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창업을 희망하는 이들은 지금도 많이 찾아오고 있지만 단순히 하고 싶은 사람이 아닌 프리미엄 김밥 이미지를 흐트러뜨리지 않을 자질을 갖춘 사람과 함께 하고 싶다"며 "대체로 평균 1주일, 길어야 10일인 교육 기간을 우리는 배로 늘렸고, 100점 만점에 90점을 넘어야 하는 테스트를 총 네 차례 치르는 등 꼼꼼히 파트너(가맹점주)를 찾고 있다"고 했다.
가마솥김밥은 현재 운영 중인 지하철 2호선 신천역 일대 직영 1호점을 제외하고 다음 달 명일동 사거리 인근에 대형 직영 매장을 추가로 열 계획이다. 이 밖에 서울 시청역·애오개역 인근, 울산, 순천 등 내년 3월까지 총 20개 가맹점을 운영할 예정이다. 2년 내 300개 가마솥김밥 매장을 운영하는 게 이 이사의 포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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