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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용카드 25년 상거래가 변한다] 1. 경제지도를 바꿨다

“신용카드 덕에 업무부담이 많이 줄었습니다. 예전 같으면 구매 영수증 수천장을 일일이 챙기느라 월말이면 눈코 뜰 새 없이 바빴는데 요즘은 구매카드와 법인카드 내역이 카드사용내역으로 바로 정리돼 업무량이 종전의 절반도 안 됩니다.”(중견기업 회계팀 김모과장) “요즘은 약속 잡기 전에 제 신용카드로 할인 받을 수 있는 지부터 확인해요. 영화, 패밀리 레스토랑, 책구입, 교통요금 등을 신용카드로 절약해요. 제 돈 다 내고 이용하면 친구들 사이에서 `카드문맹`으로 통해요.”(대기업 신입사원 최모씨) 플라스틱으로 만들어진 명함 크기의 작은 신용카드가 한국의 상거래를 변혁시키고 있다. 올해로 국내에 선보인 지 만 25년이 되는 이 플라스틱은 전국 어디서나 원하는 물건을 구매하고 서비스를 즐길 수 있게 해준다. 모든 상거래 정보를 고스란히 보여주고 기록하는 이 플라스틱 카드는 쌀, 술, 귀금속 등 대규모 물품거래도 투명하게 만들고 있다. 최근에는 집적회로(IC)칩을 내장, 보안성이 강화됐고 휴대폰에까지 들어간 카드도 나왔다. `20세기 최고의 경제 발명품` 가운데 하나로 꼽히는 신용카드가 한국의 경제지도를 바꾸고 있는 것이다. 전통적으로 현금을 선호하는 아시아권에서 한국 신용카드산업은 지난 5년간 폭발적으로 성장하며 금융의 신(新)주류로 부상했다. 신용카드는 기업금융에만 치중, 소비자금융을 제도권 밖으로 몰아내온 국내 금융산업을 소비금융 위주로 전환시키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수행했다. 신용카드는 또 무자료거래, 가짜영수증 등을 통해 성장해온 한국의 지하경제도 위축시키고 있다. 구매전용카드가 기업간 거래의 투명성을 높여 불법거래가 설 자리를 잃게 만들었다. 기업의 접대비 처리가 신용카드로 이뤄지면서 한국사회 부패의 검은 고리를 끊는데도 기여하고 있다. 지하경제 규모가 줄어들면서 납세실적도 좋아져 국가 경제를 살찌우는데도 기여하고 있다. 신용카드 사용이 급증하면서 기업이나 자영업자 등의 매출축소나 누락 등이 줄어들면서 지난 2001년 부가가치세가 목표보다 2조원 가량 더 걷혔으며 자영업자들의 종합소득세도 30% 가량 늘어났다. 신용카드 보급이 확대되면서 결제수단에도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해 3ㆍ4분기말 기준으로 일평균 신용카드를 통한 상품 및 용역 구매는 615만건, 9,120억원에 달했다. 현금서비스는 일평균 163만건에 이용금액이 1조2,379억원에 달했다. 매일평균 778만건의 카드 이용이 이뤄지고 2조1,499억원이 융통되는 셈이다. 카드가 활성화되면서 어음 및 수표발행은 점차 줄어드는 추세다. 80년대 널리 유통됐던 약속어음은 신용카드에 밀려 거의 설 자리를 잃었고 구매카드 사용이 늘어나면서 어음결제도 사라지고 있다. 민간지최종소비지출에서 신용카드가 차지하는 비중도 지난 90년 5.7%에서 2001년에는 43.6%로 급증했다. 국가경제의 맥을 이어주는 핵심 수단으로 신용카드가 확실히 자리를 잡은 셈이다. 특히 지난 99년부터 시행된 신용카드 이용금액에 대한 소득공제제도는 봉급생활자를 중심으로 신용카드를 필수품으로 자리잡도록 했다. 자영업자나 전문직종사자에 비해 조세부담률이 높은 봉급생활자들을 중심으로 5만원 이하 소액결제가 급증하기 시작했다. 여기에다 조세당국이 신용카드 결제와 현금결제 금액을 차등화하는 것을 금지한데 이어 신용카드 결제 거부시 형사처벌까지 가능하도록 조치하면서 신용카드 사각지대가 빠르게 사라지고 있다. 병원, 약국, 유통업체, 대중교통, 아파트관리비 및 각종 공과금, 지방세, 대학등록금 등까지 신용카드 사용이 활성화되면서 카드를 사용할 수 없는 곳은 점점 사라지고 있다. 가계 소비의 대부분을 신용카드로 결제할 수 있게 되면서 신용카드 명세서가 가계부를 대체할 만큼 카드가 일상생활 깊숙이 침투하고 있다. 카드사들은 모바일 결제, 전자화폐, 스마트카드 등의 보급이 활성화되는 5~6년내 민간 소비의 60% 이상이 신용카드를 통해 이뤄질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특히 장소, 시간, 사용처의 구애를 받지 않는 `보편 상거래(universal commerce)`를 신용카드가 주도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신용카드는 일반인의 사회생활에도 상당한 변화를 가져왔다. 카드론, 현금서비스 등을 통해 급전이 필요한 이들이 복잡한 절차 없이 돈을 빌릴 수 있게 되면서 전국의 전당포가 종적을 감췄다. 기업문화도 바뀌어 경리담당자에게 가불을 하는 직원들의 모습을 찾아보기 힘들게 됐다. 또 월부금을 받기 위해 매달 가정을 방문하던 수금업자들도 신용카드 할부판매에 밀려 사라졌다. 카드사들의 제휴 마케팅이 활기를 띠면서 신용카드로 각종 요금을 할인 받고 수수료도 아끼는 `카드테크`란 말도 생겼다. 극장, 놀이공원, 패밀리레스토랑, 항공ㆍ철도권 구매시 제휴신용카드를 통해 요금을 할인 받거나 마일리지를 높게 쌓는 이들이 급속히 늘었다. 한 카드회사의 조사결과 지난해 신용카드 등을 통해 극장요금을 할인 받는 관람객이 전체의 절반을 넘은 것으로 나타났다. 자신이 가진 신용카드가 제공하는 혜택을 제대로 누리지 못하는 이들은 시대에 뒤떨어진 `원시인` 취급을 받는 분위기가 확산되고 있다. 이 같은 신용카드시장의 급성장은 정보기술(IT)산업의 발전에도 크게 기여하고 있다. 대다수 거래 및 정보가 전자장치를 통해 이뤄지는 특성상 카드사별로 해마다 1,000억원이 넘는 IT투자가 이뤄지고 있다. 전산 및 보안 시스템 구축, 콜센터 및 고객관계관리(CRM) 시스템 투자 등을 통한 `IT후방효과`가 상당하다. 여기에다 세계 카드업계의 주목을 한번에 사로잡은 교통카드 시스템 및 모바일 결제 등은 벤처기업들에게 새로운 사업영역을 제공해주고 있다. 한국 신용카드 시장의 급성장에 힘입어 전자결제 분야에서 세계적 기술력을 갖춘 벤처기업들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 최근에는 국내 벤처기업의 차세대 카드 조회기가 세계 최대 신용카드사인 비자 인터내셔널의 공식 단말기로 선정되기도 했다. 이처럼 신용카드 사각지대가 사라지고 카드시장이 급성장하고 있는 것에 걸 맞는 사회 의식 및 제도 마련도 뒤따라야 할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신용카드 연체로 인한 신용불량자가 양산되고 복잡한 가맹점 수수료체계로 인한 업체간 갈등, 카드 도난ㆍ변조 및 불법할인을 통한 카드범죄 등은 시급히 해결돼야 할 과제다. 이보우 여신금융협회 상무는 “올바른 상거래 질서 및 신용의식을 정착시키기 위해서는 카드사를 비롯한 전사회적인 캠페인과 함께 카드사용자들 스스로 신용관리에 대한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호정기자 gadgety@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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