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 교외에 사는 A씨는 체온으로 충전하는 스마트 시계 알람에 맞춰 아침 6시에 일어난다. 잠에서 깬 A씨가 가장 먼저 하는 일은 홀로그램 TV를 통해 거실 전면과 양 측면으로 뉴스를 보는 일이다. 그가 식사하는 동안 지능형 가사도우미 로봇은 명령 프로그램에 따라 간단한 집 안 청소와 마당 잔디 깎기를 수행한다. A씨가 모바일로 배달을 예약한 7시가 되자 택배용 무인항공기(드론)가 그의 집 앞에 정확히 물건을 두고 간다. 준비를 마친 A씨는 8시에 스마트자동차에 타고 출근길에 오른다. 서류 가방은 없다. 회사까지 알아서 주행하는 자동차 안에서 A씨는 클라우드 공간에 저장된 업무 데이터를 검토하는 데만 집중한다.
공상과학 소설 같은 이야기이지만 조만간 우리의 현실이 될 수도 있는 모습이다. 융합 신산업이 떠오르며 우리 삶이 송두리째 바뀌는 셈이다. 게다가 이게 끝이 아니다. 융합 신산업은 미래 일자리 창출의 열쇠이기도 하다.
우리 정부도 드디어 미래먹거리 산업에 대대적인 투자를 결정했다. 미래창조과학부와 산업통상자원부는 24일 서울 플라자호텔에서 지능형 로봇, 스마트자동차 등 우리나라의 미래먹거리 산업이 될 19개 분야에 올해 1조원을 포함, 오는 2020년까지 5조6,000억원을 투입한다는 내용의 '미래성장동력-산업엔진 종합실천계획안'을 발표했다. 정부는 이를 통해 2024년까지 이들 분야에서만 수출 1,000억달러를 달성한다는 방침이다. 최근 조선·반도체·자동차 등 기존 주력산업의 성장동력이 떨어지면서 양질의 일자리가 씨가 마르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융합 신산업 분야는 인류의 삶을 바꿀 정도로 파급 효과가 커 미국·중국·유럽 등 일정 수준의 기술을 갖춘 나라들이 선제적으로 시장 선점을 노리는 형국이다.
이번 계획은 미래부와 산업부가 각각 추진하던 미래성장동력 13대 분야와 산업엔진 프로젝트 13대 분야를 통합한 것이다. 정부는 관계부처 협의와 민간 의견수렴을 거쳐 다음달 미래성장동력특별위원회에 이번 계획을 상정한다. 올해 투자 계획은 사물인터넷 772억원, 지능형 로봇 700억원, 웨어러블 스마트기기 983억원, 5G 이동통신 771억원, 스마트자동차 282억원, 지능형 반도체 608억원 등이다.
세부적으로는 융복합소재(폴리케톤), 실감형콘텐츠(다면영상시스템) 등 6개 과제에 대한 플래그십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2017년까지 원양 어군탐지용 드론 개발 등 12개 분야에 대해 징검다리 프로젝트를 추진한다. 드론 분야에서는 2023년까지 세계 3위 기술 강국에 진입하고 지능형 로봇의 경우 2020년까지 9조7,000억원어치를 생산할 계획이다. 신재생에너지 하이브리드 시스템 분야에서는 2024년 전 세계 시장의 10%를 차지하고 지능형 사물인터넷은 2020년 국내 시장 규모를 30조원까지 키우기로 했다. 스마트자동차, 무인항공기, 착용형 스마트기기 등 융합 신제품은 올 11월 창조경제박람회에서 시연할 예정이다.
창의·융합형 고급 연구인력도 양성하고 시험평가용 연구장비·국제표준화·인증 지원체계 등 기술 인프라도 구축한다. 중소·중견기업 위주로 기술개발을 추진하되 수요 대기업이 처음부터 참여하도록 했다. 중소·중견기업 사업화 자금 지원을 위해 2021년까지 1조5,000억원 펀드도 조성한다. 핵심 취약기술에 대해서는 산학연 공동개발이나 국제공동연구를 통해 선진기술을 확보할 계획이다.
최양희 미래부 장관은 "미래성장동력 분야에 대해 정부가 선제적으로 투자하고 불합리한 규제를 적극 개선할 것"이라며 "19대 분야를 주축으로 경제성장의 퀀텀점프를 이뤄낼 것"이라고 강조했다. 윤상직 산업부 장관도 "미래부와 장벽을 없애고 협력에 속도를 내겠다"며 "기술 제품이 해외로 수출되고 일자리를 창출할 수 있게 지원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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