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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톡&스토리] 투기 하려는 자 알몸으로 덤비라

1935년 월간지 조광의 창간호와 취인(주식) 특집기사


위문복 하나대투증권 e-Business지원부 부부장

‘조성모멸(朝盛暮滅)의 취인광(取引狂) 사태 일확천금은 가능하냐?’

1935년 조선일보 자매지 조광 창간호에 실린 이건혁 씨의 글이다. 당시는 1차 세계대전이 끝난 이후 주가가 크게 치솟으면서 주식시장이 조선인들로부터 크게 주목 받고 있던 시기. ‘명치정에 가기만 하면 수익을 얻을 수 있다’는 소문이 빠르게 확산되면서 일확천금을 노린 조선인들이 주식시장으로 대거 몰렸다. 이에 그는 증권시장의 투기적 속성을 상세히 알리는 한편 “누구나 다 일확천금을 얻는 게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특히 그는 “1차 세계대전으로 증시가 폭등할 수 있다고 예측한 일본 대판취인소 심부름꾼이 투자에 나서 큰 돈을 벌었다”나 “대판취인조합장이 일본 경기순환을 연구해 주식과 상품, 부동산에 차례로 투자, 이득을 봤다”는 성공 사례를 제시하면서 준비된 투자자만이 수익이란 결실을 맺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헛된 욕망만 가진 자(대개는 전부가 헛욕기만 가지고 과학적 지식을 구하기는커녕 손보면 볼수록 초조만 해가지고 욕기는 배가하야 덤비는 자)나 ▦신문도 읽지 않아 경제사정도 짐작하지 못하는 자(신문이라도 정독하여 그날 경제사정을 짐작이라도 하여야 하고 연구가 있어야 하나 이것이 부족한 자) ▦점괘로 투자하는 자(음양설이나 쾌점, 육갑을 떠들기 잘하고 서투르게 괘선으로 투자 판단하는 자) 등을 100% 투자에 망하는 유형으로 분류, 투자보다는 반드시 관망하기를 조언했다. 여기에 혹여 일확천금을 얻었다 하더라도 주색에 빠져들면서 비참한 최후를 맞이한 사례를 제시하면서 “주식시장에서 투자가 아닌 투기를 하려거든 부모처자 이별코 알몸으로 덤비라”고 경고했다.



투자와 투기의 차이는 헛된 욕심에서 비롯된다. 꾸준한 노력과 연구로 투자에 나서는 이들과 달리 투기꾼들은 요행만 바란다. 이는 지난 80년 전이나 현재나 마찬가지다. 지난 해 국내 증시에 불어 닥친 정치 테마주 투기 열풍이 대표적 사례. 여전히 정도 투자보다는 뜻밖의 행운만 바라는 투기꾼만 국내 증시에 넘쳐나고 있다는 사실을 여실히 드러냈다.

증시 역사는 ‘투기는 패가망신만 불러온다’고 말한다. 투자자가 일확천금을 노린 투기가 아닌 ‘우량 종목에 장기 투자한다’는 정도 투자에 나설 때 증시도 수익이란 결실로 화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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