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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이가형 어필텔레콤사장
입력1998-10-20 19:11:00
수정
2002.10.22 05:23:04
「통신업계의 작은 거인」 이가형(李佳炯·사진) 어필텔레콤 사장은 마주 대하기 어렵다. 말이 없고 좀처럼 속을 내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일만 아는, 영낙없는 엔지니어다. 그러나 이런 「모범생」기질이 李사장의 저력이라고 믿는 건 오산이다. 李사장의 참모습은 오히려 「승부사」에 가깝다.
최근 미국 모토롤러에 회사 지분 51%를 넘긴 일은 대표적인 사례다.
『지분을 넘길 때 참 견디기 힘들었다. 자식처럼 키운 「어필」 브랜드를 버려야 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중요한 건 현실이고 결단이다. 어필은 국내보다 세계 휴대폰 시장에서 싸워야 하고, 큰물에서 이기기 위해선 아픔이 따르더라도 스스로 이름을 버려야 한다고 판단했다.』
세계 휴대폰 시장에서 「노다지」를 캐려면 어필보다 모토롤러가 한 수 위임을 현실로 인정하고, 전략적 제휴를 택한 것이다. 대마(大馬)를 키우기 위해 때로는 호구(虎口)에라도 아까운 사석(死石)을 넣을 줄 아는 승부사의 지혜가 엿보이는 대목이다.
李사장의 승부사 기질은 4년전부터 나타났다. 잘나가던 대기업(삼성전자) 연구원 생활을 포기하고 엠아이텔이라는 삐삐 제조업에 뛰어들었다. 현실에 안주하기 보다 미래와 싸우고 싶은 승부사 기질이 발동한 것이다.
또 광역 삐삐 「어필」로 수백억원의 매출을 올리며 한창 상승세를 탈 때 막대한 투자비를 들여 휴대폰 개발로 방향을 튼 것도 승부사다운 선택이었다. 게다가 그는 전체 판세를 읽을 줄 아는 눈도 가졌다. 삐삐시장이 축소되고 휴대폰시장이 확대될 것을 누구보다 먼저 예견했다.
『벤처기업은 한 번 실패하면 망할 수 밖에 없다. 어필의 모든 임직원은 이 현실을 뼈저리게 체득했다. 어필이 삼성·LG·현대보다 먼저 세계 최경량 PCS폰을 개발한 것도 지면 망한다는 처절한 벤처의식 때문이었다.』
李사장은 대학(한양대 공대)시절 당구에 몰입할 때부터 승부사기질이 몸에 뱄다. 그는 당구실력 500의 고수다. 지고는 참을 수 없는데다, 무슨 일에건 한 번 빠지면 끝장을 봐야 하는 성격이 당구를 통해 길러졌다. 모토롤러에 회심의 베팅을 한 李사장이 게임을 어떻게 풀어나갈지 주목된다.【이균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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