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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착하게/살았는데/우리가/왜 이곳에"
한때 인터넷을 뜨겁게 달군 하상욱 단편시집 중 '지옥철'이란 시다. 늘 출퇴근을 반복하는 직장인들에게 익숙한 공간이자, 우리나라 국민의 근면함과 성실함을 보여주는 단면이라 할 수 있다.
근면함과 성실함으로 국민 1인당 소득 2만 4,000달러 시대를 열었는데 직장인의 삶은 점점 팍팍해진 느낌이다. 내집 마련과 자녀교육 비용 마련에 허리가 휘청거리는데 100세시대 도래로 노후자금 마련이라는 거대한 재무 목표까지 어깨에 얹어졌다. 행복한 100세시대를 꿈꾸기에 재무적인 부담이 무겁다고 탓할 만하다.
아무래도 복지제도 및 정부지원정책이 잘 마련되었다면 개인 스스로 준비해야 할 부담이 줄 텐데, 우리나라 공공사회 복지지출 규모는 국내총생산(GDP)대비 9.8%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 22.1%의 절반도 안 된다. 실질적으로 노후에 재정지원을 받을 수 있는 제도가 국민연금 정도뿐이라 개인적 준비가 중요한데, 보험개발원에 따르면 국내 개인연금 가입자는 15.7%, 60세 이상 개인연금 가입률은 5.7%에 불과하다. 이래저래 고민은 많지만 실질적으로 노후에 대해 체계적인 준비를 하고 실행하는 직장인은 많지 않다는 의미이다. 다들 소비를 줄이고 24시간을 쪼개 자기계발에 열을 올리며, 더 많은 돈을 지출하기 위해 일하고 또 일할 뿐이다.
만약 많은 자금의 노후자금 마련을 목표로 하고 있다면 또는 그러한 행동으로 스트레스를 받고 있다면 한 번쯤 지금의 행동이 올바른지 점검이 필요하다. 필요한 노후자금 규모를 계산하기 앞서 자신이 그리는 노후생활을 구체적으로 그려야 할 것이다. 만약 지금 자기계발을 위해 어떠한 행동을 하고 있다면 그것이 자신의 삶을 발전시키기 위한 행동인지 당장 몸값을 올리기 위해, 단순히 필요에 의해(원하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하는 행동인지 되돌아 볼 필요가 있다. 그 다음은 목표로 하고 있는 노후자금 규모가 지금과 같은 화려한 지출 생활을 유지하기 위함인지, 혹은 '부자'를 꿈꾸기 위한 행동인지 따져보자. 물론 개인마다 목표는 다르겠지만 행복한 노후가 단순히 많은 재산을 축적하는 것은 아닐 것이다.
계몽주의 사상가로 알려진 장자크 루소는 "부는 많은 것을 소유하는 것과는 관련이 없다"고 말한다. 부란 우리가 갈망하는 것을 소유하는 것이며, 부는 절대적인 것이 아니라 욕망에 따라 달라진다는 것이다. 그래서 루소는 사람을 부자로 만드는 방법은 '더 많은 돈을 주거나 욕망을 억제하는 것 2가지'라고 말했다. 고도 성장의 길을 걸어오며 대부분의 사람들이 과거보다 더 많은 가지고 누리고 있다. 하지만 누구나 한 번쯤은 이러한 생각을 해보았을 것이다. "우리는 과거보다 더 행복한가"라고 말이다.
은퇴 후 행복한 삶을 살고 있는 사람들을 만나보면 그들은 경제적 풍요가 아닌 삶의 다채로움과 여유에서 만들어진 정신적 풍요로움에 감사하고 행복해 하며 살고 있다. 다른 이의 시선에서 벗어나 진정으로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즐기며 삶의 만족을 느끼는 것이다.
지옥철에 분노하고, 부족한 복지시스템과 가벼워진 월급봉투에 답답함을 느끼는 것은 당연하겠지만 루소가 제안하는 부자가 되는 법인 '욕망을 버리는 법'에 대해 생각해보자. 재무적 부담에서 벗어나 하루하루가 즐거운 제2의 인생을 꿈꾸며 자유로움과 가벼움을 상상한다면 스트레스는 줄고 행복한 100세에 한 걸음 더 쉽게 다가갈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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