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시와 서구청이 SK인천석유화학이 추진중인 PX(파라자일렌) 공장 증설에 제동을 걸고 나오자 유화 업계가 발끈하고 나섰다. 유화 업계가 발끈하는 더 이유는 SK인천석유화학이 증설을 추진중인 PX가 국내 유화업계에 새로운 신성장 동력이라는 점 때문이다. 최근 국회를 통과한 외국인투자촉진법 개정안 역시 국내 유화업계의 PX 공장 신·증설을 골자로 하고 있다. 외촉법 통과로 PX 신·증설 특수에 기대를 걸었던 유화업계는 이번 지자체의 SK 인천공장 PX 증설 제동에 당혹해 하고 있다.
7일 유화업계의 한 고위 관계자는 "처음에 건축 승인을 내주고 시간이 한참 흐린 뒤 다시 문제 삼는다면 어느 업체가 사업을 하겠느냐"며 "어렵사리 외촉법(외국인투자촉진법 개정안) 처리로 잡은 기회가 물거품이 될까 두렵다"고 말했다.
유화업계가 PX 증설 제동에 이처럼 크게 반발하는 것은 현재 중동과 중국의 유화업계가 빠르게 성장하고 있고, 미국 역시 셰일가스를 기반으로 석유화학이 부활할 조짐을 보이는 가운데 PX가 한국 유화업계의 성장을 견인할 핵심 원동력이라는 점 때문이다. 산업연구원 및 관련업계 등에 따르면 플랜트 건설에 대규모 투자와 상당한 기술력이 요구되는 PX의 경우 중국 유화업계가 아직 본격적으로 발을 들여 놓지 않고 있어 이를 통해 국내 유화업계가 위기를 극복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산업연구원은 한국 유화업계가 현재 중동과 중국의 부상, 미국의 부활 등으로 인해 산업 자체의 근간이 흔들릴 수 있는 상황이라고 분석했다. 산업연구원 분석에 따르면 우선 중동은 풍부한 오일머니를 바탕으로 정유부터 석유화학 제품까지 수직계열화를 달성했다. 특히 에틸렌 생산원가가 우리나라의 5분의 1수준인 가격 경쟁력을 바탕으로 현재 중국을 포함 우리의 수출 시장을 빠르게 장악해 나가고 있다.
설상가상으로 유화 수출의 절반가량을 차지하는 중국의 경우 자급화가 가속화 되고 있다. 앞서 중국은 합성섬유와 페트병의 중간원료인 TPA(테레프탈산) 자급화를 위해 2010년 이후 공장을 대폭 증설했다. 이로인해 2011년 37억 달러에 달하던 TPA 대 중국 수출이 지난해 29억 달러, 올해에는 1~10월 16억 달러로 감소하는 상황이다. 범용제품은 이미 자급화가 거의 이뤄졌고, 중간 원료인 TPA 역시 자급화가 빠르게 진행 중이다.
여기에 미국은 셰일가스를 기반으로 한 에탄크래커 신설을 2015년 전후로 완료할 것으로 보인다. 이렇게 되면 나프타를 기반으로 한 우리나라의 원료 가격 경쟁력이 크게 악화될 수밖에 없는 등 한국 유화업계가 미국과 중국, 중동에 끼여 존립 기반이 위태로운 상황이 연출되고 있는 것이다. 장윤종 산업연구원 선임연구위원 "이런 상황에서 PX는 석유화학 산업과 정유산업의 위기 극복에 크게 기여할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PX가 유화업계의 성장동력인 이유는 중국이 단기간 내에 PX 설비 증설에 나서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PX는 폴리에스터의 기초원료로 대규모 투자와 고도의 기술력이 요구되고 있는 것이 큰 이유다. 이렇다 보니 중국의 경우 PX 수급 불균형이 심화되고 있다. 업계 분석에 의하면 중국의 PX 생산 및 수요 격차가 당분간 심화 되어 2016년에는 수급 괴리가 840만톤에 이를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중국 PX 자급화는 2018년~2020년께가 되어야 할 것으로 보인다"며 "결국 향후 몇 년 간이 한국 유화 업계가 PX 특수를 노릴 수 있는 기회"라고 말했다. PX 수출로 벌어들인 수익을 토대로 정밀화학 등 신사업에도 나설 수 있어 PX가 유화 업계의 성장 기회가 될 수 있는 셈이다.
이미 에쓰오일과 현대오일뱅크는 PX 연관설비에 대한 대규모 증설 투자를 마쳤다. 삼성토탈도 증설 공사를 진행중이다. 현대오일뱅크의 경우 롯데케미칼과 PX의 원료인 혼합자일렌(MX) 투자도 추진 중이다. SK는 인천 공장 증설 외에 일본 기업과 합작해 울산에 PX 공장 증설을, GS칼텍스도 일본 기업과 합작을 통해 PX 공장 신설에 나설 계획이다. 이 이면에는 PX가 현재 위기에 처한 국내 유화 업계에 단비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PX 증설 및 신축은 개별 기업의 문제를 떠나 국내 유화 업계가 현재의 위기를 돌파할 수 있는 원동력"이라며 "만약 중국의 PX 경쟁력 제고 및 자급화가 더욱 빨리 이뤄진다면 국내 유화업계의 입지가 크게 위축될 것"이라고 말했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