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일 면세점 업계에 따르면 관세청은 지난 8일 서울·제주지역 시내면세점 특허신청 공고를 내고 오는 6월9일까지 2달 동안 새로운 사업자 공모에 나섰다. 이번 입찰 대상 서울지역 시내면세점과 제주지역 시내면세점 특허권은 현재 신라면세점이 갖고 있다. 장충동 신라면세점의 지난해 매출은 8,700억원, 제주 시내면세점 매출액도 3,000억원을 넘을 정도로 알짜다.
그러나 최근 면세점 사업을 시작하거나 신규 진입을 추진 중인 업체들은 이번 입찰을 사실상 포기할 것으로 알려졌다. 관세청은 입찰 공고후 신청 마감까지 불과 2개월 사이에 3,300㎡ 이상 규모의 매장 부지를 구하거나 최소한 가계약이라도 해야하고, 상세 운영계획서를 내도록 하고 있지만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는 입장이다. 후발업체 관계자는 "2달 동안 어떻게 갑자기 부지를 확보하고 설계도를 작성할 수 있겠냐"면서 "사업자로 선정될 지 여부가 불투명한 상황에서 대규모 매장 부지 계약을 해야 한다는 조건을 수용할 사업자는 없을 것"이라고 꼬집었다.
심의기준 역시 △재무건전성 등 운영인의 경영능력 △지역사회 공헌 활동 △관광 인프라 등 주변 환경요소 △지역사회 공헌 활동 △이익 사회 환원 등 5가지로, 평가 항목이 기존 사업자에게 유리한 구조라는 지적이다. 결국 지역사회 공헌 활동이나 해당지역 매출이 발생하고 있는 기존 사업자가 높은 점수를 받을 수 밖에 없는 구조라는 얘기다.
이에따라 후발업체들은 신규업체의 진입이 불가능한 형식적인 입찰 대신 사업성이 있는 서울과 제주 만큼은 신규로 시내면세점 허가를 내줘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인다. 중국인 등 관광객이 크게 늘어나고 면세점 수요도 증가한 만큼 시내면세점을 확대할 필요성이 있다는 주장이다. 실제 2000년 제주와 코엑스에 시내면세점을 허가해 준 후 10여년간 서울과 제주시내 면세점 신규 허가가 단 한건도 없는 상황이다. 면세점 업계 관계자는 "독과점을 해소하기 위해 외국인 전용 면세점과 지방 면세점 육성을 시도했던 정책이 실효를 거두지 못했다"며 "과점현상을 해소하기 위해 기존에 면허를 갱신해주던 관행을 바꿔 입찰로 전환했지만 이 역시 후발업체가 넘을 수 없는 벽"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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