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그룹 계열사 네 곳(삼성전기(009150)ㆍ제일기획(030000)ㆍ삼성정밀화학(004000)ㆍ삼성SDS)이 갖고 있던 삼성생명(032830) 주식을 처분한 23일 삼성그룹 계열사 주가의 희비가 엇갈렸다. 삼성카드(029780)는 삼성생명에 삼성화재 지분을 넘기면서 2ㆍ4분기 이익 개선 기대감에 올랐지만 삼성생명은 블록딜 가격이 시가보다 낮은 영향으로 내렸다.
삼성카드는 23일 유가증권시장에서 3.94%(1,350원) 오른 3만5,600원에 거래를 마쳤다. 삼성그룹 계열사의 지분을 고루 가지고 있는 삼성물산(000830)도 지배 구조 변화에 따른 수혜가 예상되면서 0.62% 올랐다. 반면 삼성생명은 유가증권시장에서 2.93%(2,900원) 떨어진 9만6,000원에 거래를 마쳤으며 이날 삼성생명 지분을 매각한 삼성정밀화학(-2.91%), 삼성전기(-0.68%), 제일기획(-0.82%)도 내렸다.
전날 삼성전기ㆍ제일기획ㆍ삼성정밀화학ㆍ삼성SDS는 삼성생명의 보유 주식 총 328만4,940주(3,249억원 수준)를 이날 오전 시간외매매를 통해 매도하겠고 공시했으며 삼성카드는 보유한 삼성화재 지분 전량인 29만8,377주를 삼성생명에 넘긴다고 밝혔다.
삼성카드는 지분 가치가 2·4분기 실적에 반영될 것이라는 기대감과 삼성SDS 화재에 따른 카드 결제 에러가 복구되면서 주가가 올랐다. 최정욱 대신증권 연구원은 "최근 삼성SDS 과천 ICT센터 화재로 삼성카드 서비스가 중단되면서 주가가 눌려 있었던 상황에서 삼성그룹 계열사 지분 정리가 주가 상승을 촉발했다"며 "지분 매각 자금이 2·4분기 이익 개선에 도움을 줄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삼성카드가 가지고 있던 삼성화재의 지분은 0.62%로 미미한 수준이라 당장 지배구조가 바뀌는 것은 아니지만 중장기적으로 삼성생명이 중간금융지주회사로 오를 가능성이 높다"고 덧붙였다.
삼성생명은 전날보다 2~5% 낮은 가격으로 블록딜이 진행된 것으로 알려지면서 주가가 떨어졌다.
한 증권사 연구원은 "삼성 비금융계열사들이 삼성생명에 대한 지분을 팔 때 시세보다 할인을 해 그에 준하는 수준으로 주가가 빠진 것으로 보인다"면서 "삼성생명의 지배구조에 변화가 생기기는 할 테지만 단기적으로 이뤄질 가능성은 적어 지배구조에 대한 변화가 구체적으로 나타날 때까지 매수하는 것은 권유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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