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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통건축의 이상향 동궐도(한국건축의 맥)

◎환경친화·정서·멋의 절묘한 조화/건물배치 다양성·자연이용 처리기법 탁월/건축기술·설계·조경 등 풍부한 자료 제시동궐도는 건축물이 아닌 그림이다. 조선시대의 창덕궁·창경궁을 16개의 화첩에 그려놓은 대형 그림이다. 동남쪽 하늘에서 내려다본 모습을 평행투시도법의 방법으로 그렸다. 대단히 정교하게 그려진 이 그림의 연대를 정확하게 알지는 못하나 대략 19세기 전반에 작품으로 추정되고 있다. 그동안 이 시리즈에서는 한국의 전통건축물에서 이미 잘 알려진 유명 작품보다는 숨어 있되 기억되어서 좋을 작품들을 중심으로 소개해왔다. 이제 그 마지막회에서는 다른 건축물들을 꼽기보다 동궐도라는 그림을 선정한 이유는 비록 그림이지만 건축물이 품지못하는 건축적 다양함과 전통건축의 이상적 경관을 담고있기 때문이다. 그림의 전부는 아니지만 일부의 모습은 현재의 창덕궁과 창경궁에서 현물로 남아있다. 그러나 동궐도에는 현재 남아있지 않는 부분은 물론 19세기까지 유지되었던 궁궐의 구석구석이 완벽하게 그림으로 재생되어 있다. 창살 수를 셀수 있을 정도로 선이 정교하고 또한 건축적인 구성은 물론 그림의 내용도 매우 풍부하다. 이것이 이 시리즈에서 마지막으로 동궐도를 선정한 이유다. 그림속 건축물의 전체적인 배치 계획상 다양함과 자연지형을 이용한 건축적 처리기법은 그 수준의 탁월함을 느낄 수 있다. 건축적인 기술 및 세부적인 정보도 무수히 많고 조경 및 정원의 측면에서도 풍부한 자료가 된다. 그중에는 측우기와 해시계 등 과학적 기재들도 포함되어 있다. 이렇듯 건축은 물론 조경, 기술, 과학 등 다양한 분야에서 중요한 자료 및 정보가 된다. 그러나 무엇보다 중요한 이 그림의 의미는 전통사회에서 그리는 이상적인 거주환경의 모습이 담겨 있다는 것이다. 동궐도는 물론 서민의 거주장소가 아닌 왕의 처소였기에 가능한 환경계획이었다. 건축·조경계획의 총체적 디자인은 일본의 경우처럼 화사하고 완벽하게 처리되지는 않았다. 또한 중국의 경우처럼 사변적이고 통제된 장려함을 보여주지도 않는다. 다만 여기에는 한국의 이상적 환경 만들기의 철학과 정서, 그리고 멋과 맛이 담겨있다. 위계적 구성이 없지 않으면서도 작은 부분까지 살아있는 계획수법과 자유분방한 처리가 일품이고 과장된 표현이 자제되어 있으며 인간적인 삶의 현실감이 그대로 존중되는 정신이 담겨있다. 우리 선조들이 생각한 사람사는 곳에 이상향이 무엇이었을까하는 질문에 말로 대답하기는 어려워도 이 그림은 그 자체로서 가장 명료한 답변이 된다. 이 그림을 통해 그 정신을 한마디로 표현한다면 「하늘과 땅의 건축」이라는 말로 형상화 할 수 있을 것 같다. 건축은 모름지기 하늘과 땅이 만나는 곳의 처리방식이며 그 만남을 사람과 연결시켜주는 것이 아닐까. 그러한 하늘과 땅의 건축정신이 지금 시대의 우리 건축에서는 너무나 결핍되어 있다. 사람도 결국은 하늘과 땅의 만남의 결과다. 동궐도가 보여주는 건축적 이상을 다시 현대적 환경 정신으로 회복시켜나갈 때 우리는 희망을 가질 수 있을 것이다.<김성우 연세대학교 건축공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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