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벨벳'(Velvet)이 올 가을 패션계의 간판스타로 떠올랐다. 올들어 선풍적인 인기몰이를 하고 있는 '공주풍', '복고풍' 트렌드에 쌍춘(雙春)년 예복특수로 광택과 촉감이 살아있는 최고급 소재의 수요가 늘면서 벨벳이 주목 받고 있다. 22일 업계에 따르면 패션업체들은 가을시즌을 맞아 벨벳을 소재로 한 의류상품을 잇따라 선보이고, 백화점 등 유통업체에서는 벨벳상품 판매가 폭증하자 추가주문에 들어가는 등 분주한 모습이다. 신원은 올 가을 베스띠벨리 등 5개 브랜드의 벨벳의류를 지난 해보다 3배 넘게 생산했다. 캐주얼정장브랜드 '마인드브릿지'도 가을 외투 상품의 절반 이상을 벨벳으로 만들었다. 패션계에 불어 닥친 '벨벳열풍'은 남성복도 예외가 아니다. 제일모직 신사브랜드 '엠비오'에서는 지난해 15%에 불과했던 벨벳재킷의 비중을 올해 25%로 늘리고 품목도 6가지로 다양화했다. 장형태 엠비오 디자인실장은 "작년에는 3버튼의 기본적인 스타일이 많았지만 올해는 쌍춘년을 맞아 예복으로도 입을 수 있는 턱시도스타일이 유행을 타고 있다"고 말했다. 이 같은 벨벳열풍으로 유통가도 즐거운 비명을 지르고 있다. 롯데백화점에서는 예년보다 더운 가을 날씨 탓에 올해엔 벨벳의류가 인기가 없을 것으로 예상해 물량을 줄였다가 뜻밖의 인기몰이에 전략을 수정했다. 정지은 여성캐주얼 바이어는 "9월에는 시들했던 벨벳상품 판매가 이 달 들어 급증세로 돌아서면서 대부분의 브랜드에서 추가 주문에 들어간 상태"라고 말했다. 종합쇼핑몰 디앤샵에서는 벨벳의류가 작년보다 30%이상 늘었고, 롯데닷컴에서는 벨벳재킷이 하루 300여장이 넘게 팔리고 있다. 그 동안 경영난에 허덕이던 봉제공장들도 콧노래를 부르고 있다. 신원의 OEM업체 관계자는 "벨벳 옷 주문이 밀려 밤샘 작업에 시달리지만 덕분에 올해 공장 가동률이 작년보다 30%이상 증가했다"고 말했다. 트렌드 조사기관 '인터패션플래닝'의 김희수 이사는 "중세 유럽풍의 로맨틱한 디자인이 인기를 끄는데다 결혼시즌을 맞아 예복수요가 늘면서 벨벳이 패션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며 "특히 올 초부터 불기 시작한 '블랙열풍' 도 검정색을 가장 강렬하게 표현하는 소재인 벨벳이 각광을 받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한편 벨벳은 이탈리아어 '벨루토(Veluto)'에서 유래된 말로 16세기 유럽 르네상스 시대의 대표적 직물로 손꼽힌다. 우수한 광택과 부드러운 촉감 때문에 당시 왕이나 귀족 등 '귀하신 몸'들만 걸칠 수 있었던 최고급 소재로도 유명하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