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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밴디트'.. 자유향한 탈옥 여죄수의 무한질주

항구에 있는 어느 옥상 위에 여성 3명이 밴드를 차린다. 탈옥수로 구성된 「밴디트」 그룹은 건물 밑에 모인 군중을 관중으로 삼아 폭발적인 에너지를 발산시키는 노천무대를 연출한다. 열광하는 젊은 관중 뒤에는 경찰병력이 에워싸고, 항구는 일촉즉발의 위기감이 감돈다. 공연을 마치고 관중 속으로 스테이지 다이빙을 감행하는 루나, 엔젤 그리고 엠마 세사람. 관중을 방패로 삼아 배를 향해 질주하는 이들 여성의 폭발적인 엉덩이 뒤에는 수십개의 장총이 기다리고 있었는데….독일영화 「밴디트」는 할리우드영화와는 다르다. 스토리는 일부 할리우드 영화와 비슷한 대목이 많다. 「우리에게 내일은 없다」처럼 도망자들의 이야기는 매우 오래된 소재이다. 「델마와 루이스」에서는 집을 뛰쳐나온 여자 2명이 강도질을 하면서 도망다니다가 계곡에 차를 몰고 가 자살한다. 독일영화 「밴디트」는 「델마와 루이스」와 내용이 일맥상통한다. 우연한 기회에 탈옥수가 된 여성 4명이 도망을 다니면서도 락밴드를 구성해 대중의 인기를 모으다 결국 최후를 맞이한다. 그러나 「밴디트」는 거칠고 투박하다. 영화의 문법이 「델마와 루이스」와는 매우 다르다. 여성문제라는 사회적 이슈를 대중적으로 잘 포장한 「델마와 루이스」와는 달리 「밴디트」는 고장난 기관차처럼 거칠고 막무가내인 여성 락그룹을 등장시킨다. 화면은 초벌구이만 한 그릇처럼 울퉁불퉁하다. 화장을 지운 얼굴처럼 매끄럽지 못한 것은 물론이고, 끝이 무뎌진 바늘처럼 귀를 긁어대는 사운드트랙이 독특하다. 「밴디트」는 뻔한 스토리를 내세우면서도 그것을 치장하거나 감추려는 멋부림을 거부한다. 도망을 다니다가 일약 탑가수로 등장한 이상한 신데렐라 이야기는 억지라고 보아야 하겠지만 영화를 만든 감독이나 배우들은 진지하기만 하다. 왜 뉴스에 자신들의 탈옥 이야기는 안 나오냐며 항의하는 그네들의 모습이나, 러시아워의 길목에서 사람들과 함께 멋들어진 춤을 추어대는 대목도 그렇고 , 자발적인 인질 웨스트와 번갈아 섹스를 나누는 루나와 엔젤의 속보이는 갈등도 어쩐지 우격다짐식이다. 그럼에도 영화 「밴디트」는 아름답고 재미있다. 젊은 여성 감독 카차 폰 가르니에(33)은 현실과 이상을 교차시킨 편집과 붉고 푸른색을 거칠게 대비시키는 색감 연출로 통속적인 드라마를 볼만한 영화로 만들었다. 누구나 상상할 수 있는 이야기 「밴디트」는 그러나 아무나 그렇게 만들지는 못하는 영화인 셈이다. 그룹의 리더격인 루나 역의 야스민 타바타바이, 지성을 갖춘 여인 엠마의 카차 리만, 매력적인 결혼사기범 엔젤의 니콜레트 크레비츠, 늙은 선배 마리의 유타 호프만, 남자 인질 웨스트의 베르너 슈라이어등 독일배우들의 매력도 그럴듯하다. 【이용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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