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말기유통구조개선법(단통법)이 끊임없는 논란에 휩싸이고 있는 것은 시장 자율경쟁이라는 시장 경제의 원칙이 무너졌기 때문이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중고폰 사용 증가, 고른 보조금 지급, 폰테크 소멸 등의 긍정 현상도 있지만, '부정적 효과'가 더 크게 부각 되고 있는 것이 현실이기 때문이다.
정부는 '단통법 효과가 가시화 되고 있다'는 점을 강조, 지켜 보자는 입장. 하지만 단통법에 대한 근본적인 변화가 필요하다는 주장이 커지면서 결국 시행된 지 한 달이 되지 않은 단통법은 폐지론부터 보조금 상한선 철폐 등 개선안 등이 쏟아져 나오면서 중대 기로에 놓이게 됐다.
한 전문가는 "법 시행 보다는 아이폰 6가 경쟁을 촉발 시켰다"며 "단통법은 경쟁을 막고 있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이번 기회에 좀 더 신중하게 접근해 긍정 효과는 살리는 대신 '단통법의 역설'이 만들어 낸 부작용을 해소하는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시행 한 달 만에 위기 처한 단통법 = '보조금'을 통제함으로써 자발적인 '출고가 및 요금인하' 경쟁을 유도하겠다는 단통법 취지는 지켜지지 않았다. 그렇다고 단통법 효과가 전혀 없었던 것은 아니다.
미래부에 따르면 중저가 요금제 가입자와 중고폰 이용자, 기기변경 가입자도 동등한 지원금을 받게 되면서 과거 고가 요금제로 쏠렸던 소비자들이 자신의 소득, 소비패턴에 맞게 중저가 요금제, 중고폰 재활용, 기기변경 등을 선택하는 추세로 바뀌고 있다. 단통법 시행 2주차 변화를 9월과 비교하면 중저가 요금제 가입자는 31%에서 46.7% 늘고, 중고폰 이용 개통 건수도 2,916건에서 5,499건으로 늘어난 것으로 조사됐다.
하지만 소비자가 피부로 체감하는 단통법 혜택은 크지 않았다. 되레 소비자는 소비자대로, 시장은 시장대로 단통법의 부작용을 호소하고 있는 상황이다. 오히려 애플의 아이폰 6가 들어오면서 경쟁을 촉진 시키는 현상 마저 나타나고 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국회 및 정부 차원에서 단통법에 대해 재 논의가 필요한 상황으로 이어지고 있다.
업계와 시민단체에서는 단통법에 대한 근본적인 변화가 필요하다는 주장이 그치지 않고 있다. 김정호 연세대 특임교수는 "단통법은 생겨서는 안될 법이었다"며 "정부가 예고된 부작용을 무시한 채 밀어붙였지만 결국 시장 혼란을 초래했는데 단말기 가격을 원래대로 낮추고 싶다면 단통법을 폐지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해법은 경쟁 시스템으로 바꿔야 = 아이폰 6 사례에서 보듯 해법은 자율 경쟁 시스템이라는 설명이다. 이를 위해서는 우선 보조금 상한선 폐지 목소리가 높다. 정부 역시 이 점에 대해서는 어느 정도 공감하고 있다.
아울러 요금인가제 폐지론도 힘을 얻고 있다. 세계에서 이동통신 요금을 정부에 신고하도록 한 나라는 한국이 유일하다. 정부 역시 요금 인가제 폐지에 대해서는 어느 정도 인정하고 있는 만큼 속도를 높여야 한다는 설명이다. 물론 이에 따른 부작용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있지만 외국처럼 특정 사업자가 요금이나 가격을 낮추면서 시장 판도를 바꾸는 계기를 만들 수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덧붙여 경쟁을 촉진하는 여러 방안도 고려해야 된다는 지적이다. 요금 제도와 함께 단말기 가격도 인하할 수 있는 경쟁체제인 '완전자급제'를 조속히 시행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그것이다. 특히 완전자급제가 시행되면 단통법 시행 과정에서 논란이 된 분리공시제는 자연스럽게 해결된다. 경쟁 촉진을 위해서는 △제 4 이동통신 사업자 선정과 △알뜰폰 시장을 더욱 활성화 하는 방안 등도 고려해야 된다는 지적이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