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에는 "생큐 옐런"이 아니었다.
코스피가 재닛 옐런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의 조기 금리 인상 가능성 시사 발언에 뒷걸음질쳤다. 전문가들은 "가뜩이나 모멘텀 없던 국내 증시는 미국 금리 이슈에 대한 불안감 및 이에 따른 외국인 투자자금 이탈 우려가 더해지며 당분간 지루한 박스권 장세를 이어갈 것"이라고 전망했다.
20일 코스피지수는 전날보다 18.16포인트(0.94%) 내린 1,919.52포인트로 마감했다. 개인이 2,400억원 순매수했지만 외국인과 기관이 각각 2,157억원, 356억원 내다팔며 지수 하락을 주도했다. 일본과 대만·홍콩 등 아시아 증시 역시 1% 넘게 빠졌다.
이날 아시아 주요국의 증시 하락은 미국의 금리 인상 가능성이 커지면서 신흥국을 중심으로 한 외국인 투자자금 이탈 우려가 부각됐기 때문이다. 국내 채권시장도 옐런 의장의 발언에 반응하며 국채 3년물이 0.035%포인트 오른 2.865%, 5년물이 0.029%포인트 상승한 3.160%를 기록했다.
증시 전문가들은 국내 증시의 박스권 장기화는 불가피할 것으로 보고 있다. 이렇다 할 호재가 없는 상황에서 불안요소가 예상보다 빨리 등장했기 때문이다. 류용석 현대증권 투자전략팀장은 "물론 내년 일이지만 미국이 금리를 인상할 경우 저리에 조달해 신흥국을 중심으로 투자됐던 돈들이 회수될 것"이라며 "제 아무리 한국이 다른 신흥국과 달리 재정건전성이 좋다 해도 최근 국내 증시가 외국자금을 끌어들일 유인책이 부족한 만큼 자금 이탈은 불가피하다"고 밝혔다. 국내 실적도, 외국인에 의한 수급 호전도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지지부진한 장세가 한동안 이어질 것이라는 것이다. 류 팀장은 "중국의 경기둔화 우려로 경기민감 대형주를 밀고 나가기도 어렵고 내수주는 상대적으로 많이 오른 상황"이라며 "선구조조정으로 실적이 개선 중인 건자재 업종, 주가순자산비율(PBR)이 낮으면서 단기 정책 모멘텀이 기대되는 일부 유틸리티주로 대응할 것"을 조언했다.
오승훈 대신증권 투자전략팀장도 "이번 금리 인상 이슈는 지난해 '버냉키 쇼크'처럼 주식시장을 급락시킬 재료는 아니다"라면서도 "다만 불안한 경기흐름 속에 금리 인상 이야기가 나오면서 상승을 막는 요인으로는 작용할 수 있다"고 평가했다. 이어 "증시 반전의 열쇠는 결국 경기인데 상반기까지는 강한 회복의 기대감이 퍼지기는 어려울 것"이라며 "지수가 1,900포인트 아래로 내려가면 낙폭 과대 종목을 사들이고 2,000포인트에 근접하면 비중을 줄이는 전형적인 박스권 플레이로 대응하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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