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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시대에는 둥지만 지키는 텃새보다 먹이를 찾아 대륙을 횡단하는 철새의 생존 본능을 배워야 한다”(김승연 한화그룹 회장, 창립 54주년 기념사에서). 한화그룹 최고경영진이 직원들과 함께 철새의 행로를 따라 200㎞에 이르는 국토 대장정에 올라 재계의 비상한 관심을 끌고 있다. 특히 이번 행군은 그룹의 질적 변화와 혁신을 강도 높게 강조해온 김 회장이 모든 계열사에 지옥훈련에 버금가는 대장정을 체험하고 그룹 체질을 근본적으로 바꾸도록 주문한 것이라는 점에서 각별한 의미를 갖는다. 김 회장이 기업 DNA를 완전히 바꿔 ‘뉴 한화’를 창조하기 위한 본격 행보에 나선 셈이다. 김 회장은 최근 임직원들에게 한화그룹의 토대를 닦은 인천화약공장터에서 새로 이전한 속리산 보은공장까지 200㎞에 이르는 릴레이 ‘한화 도보 대행진’을 지시, 강력한 정신무장을 요구했다. 이는 “그룹 창립시절 선배들의 불굴의 기업가 정신을 되살리자”는 취지에서 이뤄졌다. 김 회장은 지난 10월9일 창립 54주년 기념사에서 “대륙을 횡단하는 철새의 생존 본능을 배우자”며 기업혁신을 설파했다. 김 회장은 “지금의 한화는 무한경쟁 속에서 길을 잃고 헤매는 건 아닌지, 하루도 편히 잠을 이루지 못할 정도”라며 임직원들의 각성과 변화를 촉구했다. 지난해 직접 신입사원과 함께 50㎞ 산악행군을 했던 김 회장은 이번에 행군거리를 200㎞로 늘리고 노선까지 직접 결정하는 등 각별한 관심을 보였다는 후문이다. 한화그룹이 보수적인 기업문화를 탈피해 시급히 변화와 혁신의 길을 찾아야 한다는 김 회장의 강력한 메시지로 읽히는 대목이다. 7일부터 4일간에 걸쳐 진행되는 대장정에 신은철 대한생명 부회장, 남영선 ㈜한화 사장, 김관수 한화국토개발 사장 등 계열사 CEO 9명이 직접 나선 것도 예사롭지 않은 그룹 분위기를 반영한다. 신 부회장과 김 사장 등 임직원 100여명이 1진이 돼 100㎞를 주파한 뒤 남 사장과 조창호 한화종합화학 사장, 진수형 한화증권 사장 등이 임직원 220여명을 이끌고 나머지 100㎞를 완주하는 릴레이 방식이다. 행군에 앞서 김 회장은 계열사 CEO들을 불러 “이번 대행진을 통해 한화의 핵심 임직원이 변화와 혁신을 직접 몸으로 부딪치면서 고민해줄 것을 기대한다”고 당부한 것으로 전해졌다. 재계에서는 이에 대해 김 회장이 올 하반기부터 활발한 대외활동을 재개하면서 내부적으로 본격적인 경영혁신에 ‘올인’하고 있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그룹의 한 관계자는 “김 회장은 미래 신성장동력의 발굴과 글로벌 사업역량 확대, 핵심인재 육성을 그룹이 당면한 최대 과제로 제시했다”며 “이를 위해 김 회장은 부쩍 계열사 경영실적을 세밀하게 챙기고 각 CEO들을 독려하고 있다”고 밝혔다. 실제로 김 회장은 일부 해외사업을 진두지휘하는 등 미래 성장동력 확보에 전력투구하고 있다. 한화그룹이 내수위주 기업이라는 이미지를 벗고 해외에서 통하는 글로벌 기업으로 거듭나자는 게 김 회장의 장기 전략. 이 같은 김 회장의 지휘에 따라 한화그룹은 ㈜한화ㆍ한화종합화학ㆍ한화기계 등 제조계열사들이 새로운 성장동력 확보를 위해 10∼20개의 미래사업 추진에 사활을 걸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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