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기적인 경기침체와 불확실성으로 매출 기준 상위 대기업 가운데 절반가량이 사실상 올해 상반기에 신규채용을 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취업문이 더욱 좁아지면서 청년실업 문제가 심화할 것으로 우려된다.
25일 고용노동부가 지난 17일부터 23일까지 매출액 기준 50대 민간기업과 이기권 고용부 장관의 주재로 열렸던 주요 대기업 인사담당 최고책임자(CHO)와의 간담회 때 채용계획 조사에 협조를 당부한 기업 등 모두 70여곳을 대상으로 시행한 상반기 채용계획 조사 결과에 따르면 조사에 응한 49개 대기업 중 19개사(38.8%)가 '상반기에 채용계획이 없다'고 응답했다. 관련 기업은 S-OIL·SK에너지·포스코 등이다. 또 아직 채용 여부 및 규모를 결정하지 못한 기업은 기아차·SK네트웍스·GS건설 등 9개사(18.4%)로 49개 대기업 중 28곳이 상반기 채용계획이 없거나 미정인 것으로 나타났다.
삼성그룹 계열사 9곳은 채용방식과 규모를 알려줄 수 없다는 이유로 응답을 거부했다. 이에 앞서 전국경제인연합회는 16일 올해 30대 그룹 1,200여개 기업의 신규채용 규모는 12만1,801명 수준으로 전년 대비 6.3%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고 밝힌 바 있다.
기업 관계자들은 "불투명한 경기전망에다 통상임금·정년연장 등 노동시장의 불확실성까지 더해져 상반기 신규채용을 아예 포기하거나 하반기로 결정을 미루는 상황"이라며 "채용계획을 아직 정하지 못한 기업은 사실상 상반기에는 신규채용이 어렵다고 보는 것이 맞다"고 t전했다.
'채용계획을 수립했다'고 응답한 21개사의 신입직원 채용인원은 모두 5,749명으로 집계됐다. 이는 이들 기업의 지난해 상반기 채용인원 5,592명보다 157명(2.8%) 늘어난 규모다. 경력직 채용은 총 1,067명으로 신입과 경력직 채용을 포함한 전체 채용인원은 6,816명이다. 다만 경력직은 주로 수시채용이 많아 경력직 채용계획은 유동적인 것으로 파악됐다. 이번 조사 결과는 26일부터 워크넷을 통해 취업준비생에게 제공될 예정이다.
이번 조사에서 공격적인 투자에 나서고 있는 현대자동차와 저유가로 실적이 호전되고 있는 항공사 등이 상반기 채용규모도 늘려 눈길을 끈다. 현대차와 LG전자는 각각 210명과 180명, 아시아나항공과 대한항공은 각각 174명, 109명 늘렸다.
한편 채용 트렌드를 보면 직무 중심의 채용을 시도하는 경향이 뚜렷했으며 업종별로 제조업은 실행력 및 분석력, 건설업은 글로벌 역량과 공학적 지식, 유통업은 고객지향성과 책임감, 항공운수업은 국제적 감각과 서비스 마인드 등이 중요한 역량으로 꼽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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