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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사권과 과징금을 무기로 반(反)시장적 강요를 일삼해온 공정거래위원회가 이번에는 백화점 등에 '중소기업 전용매장' 설치를 요구, 월권행위가 도를 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불공정거래를 막는 게 본연의 임무인 공정위가 민간 유통업체의 고유권한인 상품구성에까지 일일이 간섭하면서 권한을 남용해 위법논란마저 일 것으로 전망된다.
7일 서울경제신문이 단독 입수한 공정위 업무 메일에 따르면 공정위는 지난달 25일 롯데ㆍ현대ㆍ신세계 등 빅3백화점과 이마트ㆍ홈플러스ㆍ롯데마트 등 대형마트 3사에 '중소기업히트 500(가칭)'상설매장 운영을 요구하는 내용의 문건을 발송했다. 공정위 기업협력국 가맹유통과가 보낸 e메일에는 "중소기업유통센터에서 중소기업히트 500의 백화점 내 상설매장을 요청한 바 있다. 매장설치 여부를 답변해달라"는 내용이 담겨 있다.
이에 대해 유통업체들이 답변을 주저하자 공정위는 9일 시중 백화점 담당자 등을 불러 간담회 형식으로 회의를 할 예정이다. 말을 듣지 않자 사실상 실력행사에 나서는 셈이다. 유통업계의 한 관계자는 "중소기업 히트500 매장설치 운영과 관련해 공정위 측에서 담당자와 9일 만나 얘기하고 싶다고 연락해왔다"고 전했다.
앞서 중소기업진흥공단 산하 중소기업유통센터는 연초 중소기업 제품의 판로를 넓힌다며 백화점 등에 대한 중기매장 설치를 일방적으로 주장하다 진척이 없자 공정위에 도움을 요청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에 대해 성과에 목이 마른 행정기관들이 서로 힘을 보태면서 기업들을 옥죄고 있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비등하고 있다. 신석훈 한국경제연구원 선임연구원은 "경쟁당국인 공정위가 기업 간 경쟁과는 전혀 상관없는 사적 계약관계에 직접 개입하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법무법인 태평양의 A변호사도 "공정위가 중소전용 매장 운영을 해달라는 것은 '월권'행위"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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